크래프톤은 독일에서 ‘넥스트 배그’를 찾을까 [게임스컴 미리보기②]
퀀텀점프 위해 추가 흥행작 찾는 크래프톤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인조이 출품 확정 최초·선도의 크래프톤 DNA 또다시 발현되나
“현존 세계 최고의 게임사라고 불리는 미국 블리자드의 뜻은 눈보라입니다. 이 블리자드가 블루홀이라는 심해의 구멍에 삼켜져서 조용해진 세상을 생각해 봅시다. 블루홀이 블리자드를 품는 광경을 상상해 봅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크래프톤 웨이 中)”
장병규 의장은 블루홀스튜디오(크래프톤의 전신이자 현재는 사내 스튜디오 중 하나) 창립 이후 첫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눈을 감고 이 같은 상상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당시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흥행에 힘입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게임사였다. 즉, 설립 초기부터 장병규와 크래프톤의 방향성은 ‘글로벌 최고의 게임 제작사’를 향했던 것이다.
17년이 지난 지금. 눈보라는 여전히 거대하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반면 블루홀의 크기는 전 세계가 알고 있을 정도로 커졌다. 야심 차게 내놓은 첫 게임 ‘테라’은 반짝 흥행에 그쳤지만, 뒤에 나온 ‘PUBG: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인 대히트를 거두면서 크래프톤은 글로벌 게임사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블리자드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게임사 중 하나이며, 크래프톤은 큰 간격을 부단히 뒤따라가고 있다. 눈보라를 넘어서려면 하나 이상의 도구가 필요했다. ‘배틀그라운드’가 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그다음’을 부단히 찾고 있는 이유다.
이달 말 독일에서 열리는 전 세계 최대 게임 행사 ‘게임스컴’은 이들에게 완벽한 쇼케이스 무대인 동시에 중요한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의 게임스컴 참가는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해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턴제 전략 테이블탑 시뮬레이션 ‘문브레이커’를 선보였는데, 두 게임 모두 흥행에 참패하면서 크래프톤에겐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성과를 차치하고 눈에 띄는 점은 크래프톤이 두 번의 게임스컴에서 선보였거나, 혹은 선보일 예정인 4개의 게임 모두 각기 다른 장르라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대중적 장르와도 분명 거리가 있다. “빠른 추격자가 아닌 최초의 선도자가 되기를 열망했다”는 <크래프톤 웨이>의 표지 문구처럼, 배틀그라운드를 성공시킨 크래프톤의 DNA는 분명 ‘추종’보다 ‘선도’에 가깝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면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게임스컴에서 크래프톤이 선보일 신작은 익스트랙션 RPG ‘다크앤다커 모바일(Dark and Darker Mobile)’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inZOI(이하 인조이)’다. 부스를 통해 이용자 시연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야제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서 두 게임의 신규 트레일러 및 새 정보를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많은 관심이 몰렸으나, 최근 들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쪽은 오히려 인조이다. 인조이는 이용자가 신이 돼 소망하는 삶의 모습대로 모든 것을 창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하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완전한 군중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 가까운 삶을 구현한다.
인조이는 이번 게임스컴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첫 시연에 나선다. ‘차세대 심즈’로 여겨지던 유력 경쟁작 ‘라이프 바이 유(Life by You)’의 개발이 최근 취소된 만큼, 이를 대신할 작품으로서 글로벌 게이머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을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