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가 보여준 ‘통계 평균치의 오류’ [김기성의 재계 포커스]

전가협·일부 언론 “백종원 이름값 3년에 불과” 주장 더본코리아, “업황 고려하지 않은 왜곡된 숫자 놀음” 반박 ‘백종원 음식 철학’ 전수하기에 너무 많은 가맹점은 문제

2024-07-12     김기성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경제는 숫자다. 숫자를 바탕으로 통계를 작성해 성장하는지, 퇴보하는지를 따지고 잘살게 됐는지, 생활이 팍팍해졌는지도 평가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 숫자를 조작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 수많은 숫자 가운데 의도적으로 추려내 입맛에 맞는 통계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숫자를 다루는 사람은 치우침 없이 공정해야 하고, 미리 결과를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숫자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가맹점 사업 관련해 가맹점 존속기간과 평균 매출에 대한 공방이 생긴 것이다.

◆ 가맹점주협, “더본코리아 본사 매출 늘었지만 가맹점은 쪼그라 들어”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가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와 공정거래위원회·통계청의 자료를 바탕으로 더본코리아 산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싵태를 분석했고 그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그 내용을 보면 더본코리아 가맹점의 존속기간은 2020년 3.3년, 2021년 3.2년, 2022년 3.1년으로 나타났다. 2022년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존속기간이 7.7년이니까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일부에서는 ‘백종원 이름값이 3년에 불과’하다는 토를 달기도 했다.

또 더본코리아 전체 가맹점의 연 매출액은 2010년 8억7500만원에서 2023년에는 3억8680만원으로 반토막이 됐는데 같은 기간 더본코리아 본사의 연 매출은 430억원에서 3880억원으로 9배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숫자만 놓고 보면 더본코리아가 본사의 배만 불리는 동안 가맹점은 쪼그라들어 평균적으로 3년이면 문을 닫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 더본코리아, “영업 기간, 소형점포 유무 감안하지 않은 엉터리 통계”

그런데 더본코리아 측이 반박하면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더본코리아는 가맹점 존속기간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존속기간은 개별 가맹점이 영업을 시작해서 폐점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존속기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폐점한 가맹점을 일일이 조사해 평균을 내야 한다.

그런데 보도에서 밝힌 2023년 존속기간 3.1년은 존속기간이 아니라 영업 기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업 기간은 영업개시일로부터 조사 시점까지의 기간이다. 즉 현재 영업하고 있는 가맹점의 평균 영업 기간을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신규로 문을 연 가맹점이 많으면 영업 기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자신들은 신규로 론칭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영업 기간을 계산해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본사 매출이 9배 느는 동안 가맹점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는 주장도 사실을 반영한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우선 본사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가맹사업 이외에 유통사업과 호텔업 등이 더해졌기 때문에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가맹점의 평균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데 대해서도 ‘빽다방’ 등 중소형 점포의 출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의 설명을 들어보면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한 각종 통계가 어떤 숫자를 어떻게 평균 내느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평균치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 너무 많은 가맹사업, ‘백종원 표 장사철학’ 전수는 어려울 듯

백종원 대표를 수식하는 말은 여러 가지다. ‘요리사’ ‘예능인’ ‘방송인’ 등등. 모두 맞는 말이다. 해당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TV나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는 음식 장사에 대한 백 대표의 진심은 믿을 만하다. 예산 시장 재단장 프로젝트 등에서 보여준 장사하는 자세에 대한 자신의 철학은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본받을 만한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해 제기되는 잡음은 뒷맛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나름대로 이유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브랜드에 너무 많은 가맹점은 좀 버거워 보인다. 그 많은 가맹점주에게 자신의 ‘음식 장사 철학’을 전수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이 시끄러워지거나 일이 안 풀리고 꼬일 때는 출발점으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있다. 백 대표에게도 그 말이 필요할 듯 싶다. 그래서 백종원 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주인이 바뀌면 바뀌었지, 망해서 문을 닫는 법은 없다는 기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