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치 올린 ‘통합 이마트’, 롯데표 통합소싱에 승패 달렸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합병 법인 출범 롯데서 성공한 ‘슈퍼·마트 통합소싱’ 활용 양사 통합 매입·통합 물류·외형확대 주목
이마트가 자회사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해 ‘통합 이마트’로 재탄생했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목표다. 이미 경쟁사인 롯데가 슈퍼와 마트간 통합 소싱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만큼 ‘통합 이마트’도 통합 소싱에 실적 반등 여부가 달렸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일 통합 이마트 법인으로 출범한다. 앞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4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을 결의했고 이날 등기를 마쳤다.
이마트는 2012년에 이랜드 산하 킴스마트를 인수해 사명을 이마트에브리데이로 교체했다. 이후 12년만에 다시 SSM사업을 영위하게됐다.
이번 합병은 한채양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공동대표가 취임하면서 예견된 건이다. 또 이마트 오프라인 3사는 통합 상품본부장을 선임하며 MD를 통합하면서 소싱(조달)에 집중해오고 있다.
‘통합 이마트’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상품 매입과 물류를 합칠 계획이다. 합병 전에는 각사가 따로 상품을 매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가격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에 통합 소싱을 통해 매입 규모가 확대돼 원가 경쟁력이 증대될 것으로 이마트 측은 기대하고 있다.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에 가격 경쟁력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마트가 통합 소싱을 통한 실적 반등을 자신하는 이유는 이미 경쟁사가 비슷한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21년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의 대표직을 겸임하며 2022년부터 두 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품목 경쟁력을 키워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다소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에 따로 맺은 계약을 비교적 더 낮은 계약인 이마트 쪽에 유리하게 판매한다는 공급가가 낮아져 마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트 측은 협력업체들도 상품 판로와 공급량이 늘어나므로 반길 만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와 협력사 모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제공할 여력도 커져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상품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이마트에브리데이가 협력사들과 맺은 상품공급 계약도 연말에 다시 맺어야 한다는 점에서 구매 수량 확대를 협력사에게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2월부터 필수상품을 분기마다 초저가로 파는 ‘가격역주행’ 기획상품 일부를 함께 판매하면서 공급 확대를 적극 알리고 있다.
동시에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와 함께 통합 법인 출범을 기념한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15개 품목을 초특가에 판매하며 미국산 체리는 평시 가격 대비 23%, 스페인산 삼겹살은 32%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통합 이마트’는 상시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기획전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합병으로 통합 물류를 통한 운영 효율화도 기대된다. 기존 두 회사가 보유한 물류센터를 함께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비슷한 지역 안에 있는 물류 센터를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또 이달부 이마트에브리데이 70여개 점포에 이마트 후레쉬센터와 미트센터 신선상품이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연내 140여개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매입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이마트에브리데이 가맹점과 노브랜드 전문점 확대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30여개의 매장 중에서 직영(본사 직접 운영) 비중이 90%에 달한다. 합병을 계기로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가맹사업이 하반기부터는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전문점’ 입점이 강화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노브랜드 제품 입점이 이뤄진다면 소비자를 더욱 끌어모을 수 있다.
‘통합 이마트’ 출범 전부터 조직 슬림화도 이뤄졌다. 이마트는 지난 3, 4월에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을 개시했고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양사 통합으로 중복되는 매입과 물류 분야 등의 인원을 감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양사의 통합은 격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협력업체에게도 이득이 되고 궁극적으로 고객 혜택을 극대화하는 ‘모두를 위한 통합’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