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회사도…모두 피해 본 MBK의 홈플러스 인수 [김기성의 재계 포커스]

MBK,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 시도 유통업계 몸 사리는 분위기로 매각 쉽지 않을 듯 직원들도 ‘빈 껍데기’만 남는 분할 매각 반대

2024-06-26     김기성 기자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에 발목이 잡힌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현재 사정으로 봐서 매각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다가 홈플러스 직원들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분할 매각에 반대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 MBK,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추진…쉽지 않을 듯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모건스탠리는 최근 국내외 유통 기업을 포함해 10여 군데의 잠재 후보군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직영점 143개와 가맹점 72개를 보유해, GS더프레시, 롯데슈퍼에 이어 국내 SSM 업계 3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는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인수할 업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SSM을 운영하고 있는 경쟁 업체인 GS와 롯데, 신세계 등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를 맞아 공격적인 M&A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롯데는 추가적인 인수보다는 일부 업종에 대해 매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현재 유통업계는 11번가와 SSG닷컴 등 잠재적인 매물이 쌓여있어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때 중국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들이 홈플러스 강서 본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알리익스프레스가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가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투기 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 매각 보고서’를 내놓고 홈플러스 분할 매각은 사업 자체를 축소해버리는 것이라며 빈껍데기만 남게 됐다고 비난했다.

노조의 주장은 이렇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이후 MBK의 예상과 달리 대형마트 영업환경이 악화하자 홈플러스 부동산을 팔아 인수 차입금을 갚고,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입금 이자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MBK는 그동안 홈플러스 점포 20여 곳을 매각해 4조원가량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또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3조964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홈플러스는 실적 악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1994억원,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에 달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가 단기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진 데다가 연간 임차료와 이자 비용으로 지출되는 규모가 5500억원에 달하고 매장 재단장으로 필요한 자금이 더 늘어나는 점을 지적했다.

◆ MBK, 홈플러스에 발목 잡혀…시간 흐를수록 가치 하락

사진=MBK파트너스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맞춰졌다. 7조2000억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인수했지만, 그때가 대형마트의 꼭짓점이었다.

이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맞으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 여기에다가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인수 자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매장을 매각해 인수 자금의 일부 갚았지만, 대부분 매장은 재임대(sale & lease back)하면서 임차료 부담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MBK에게 홈플러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려는 것도 몸집을 줄여 빠져나가기(엑시트) 수월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이것 역시 순탄치 않은 게 현실이다.

◆ MBK 인수 이후 직원 6천명 감소…노동 강도 증가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 홈플러스는 노사합의에 따라 강제 퇴사는 실시하지 않았지만, 채용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2015년 2만5000명이던 임직원 숫자는 1만9000명으로 줄어들었다. 6000명이 줄었으니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 신규채용이 줄어들어 직원들의 평균 연령도 올라갔다. 노조원 기준으로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에 달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모두가 피해자이고 승자가 없는 허망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앞으로 MBK는 어떤 방식으로든 홈플러스를 털고 나오겠지만, 사모펀드의 무모한 머니게임이 낳은 폐해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