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사이언스, 다보링크 헐값 매각 ‘배후 실체’ 주의

최대주주 측 반대매매로 지분상실...최후 의사결정이 알짜 子 급처분 25% 수준 할인가로 매각...“최대주주 편익도모 의심” 인수기업 엔포스페이스 총자산 4억원대...인수대금 209억 지불 불가능 “인수 실체인 배후 돈줄과 씨디에스홀딩스 간 네트워크 유력”

2024-06-25     김건우 기자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매각 관련 투자업계의 주의가 이어지고 있다.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가 반대매매로 인해 보유하던 테라사이언스 지분을 모두 상실한 이후, 사실상 최후의 의사결정을 통해 알짜 자회사인 다보링크를 헐값에 매각하는 딜을 추진하면서다.

씨디에스홀딩스 측은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지분 대부분을 엔포스페이스에 매각 예정인데, 기업의 자산규모나 동원가능한 자금력을 고려할때 사실상 자력으로 다보링크를 인수하기 불가능한 인수 주체에 해당한다. 이에 투자업계에서는 엔포스페이스 배후에 씨디에스홀딩스와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흑막이 있을 수 있다며 다보링크의 주가 변동 위험에 주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는 보유중인 다보링크 지분 1449만1847주(33.40%) 전량을 엔포스페이스와 이브이씨홀딩스에 각각 899만1847주, 250만주씩 매각할 예정이다.

먼저 엔포스페이스 대상으로는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499만1847주를 약 109억8206만원(1주당 양도가액 2200원)에, 잔여 400만주를 100억원에(1주당 2500원) 분할 처분할 계획이다. 1주당 평균 처분가액은 2333원에 수렴한다. 처분완료 후 엔포스페이스는 다보링크 지분율 20.72%로 최대주주가 된다.

이브이씨홀딩스에는 1주당 2200원의 양도가액을 책정해 250만주를 55억원에 넘기게 된다.

이번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매각은 과도한 헐값 매각에 해당한다. 다보링크의 전일 종가 2960원 대비 책정된 양도가액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다. 최초로 다보링크 매각 관련 공시가 이뤄진 지난달 7일 종가(3115원)를 기준으로 보면 가격 격차는 더욱 커진다.

통상적인 주식양수도계약에서는 양도측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시가 기준 1.5~3배 수준의 양도가액이 책정되기도 한다. 

다보링크의 향후 실적 전망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대신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의아하다. 다보링크는 올해 연간 실적 매출액 700억원대,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전망된다. 실제로 1분기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의문스러운 다보링크 처분을 두고 현 테라사이언스 경영진의 왜곡된 의사결정이 반영됐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3월경 테라사이언스는 최대주주 측의 보유지분 전량이 반대매매(주식담보대출의 담보권 실행)로 상실된 바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대매매로 테라사이언스 주주 구성이 사실상 공백이 되면서 경영권 역시 언제 변동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이후 다보링크 매각 딜이 설계됐으며, 신규 대표이사가 추가 선임됨에 따라 기존 최대주주 측이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다보링크 헐값 매각에 더해 인수 주체의 정체 역시 시장의 의문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엔포스페이스의 역량이 다보링크를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크다. 엔포스페이스의 작년말 총자산 규모는 4억1600만원에 불과하다. 자산 전체를 청산해도 다보링크 인수대금 약 209억원을 지불하기가 불가능한 기업이다. 배후에 또 다른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보링크 매각 관련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최대주주측의 편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됐을 거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테라사이언스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알짜 자회사를 헐값에 빼앗기는 구조로 보이지만, 다보링크 입장에서는 진짜 새 주인이 누구인지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성만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도 다보링크 최대주주 변경 위험에 대한 암시적인 주의가 나왔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다보링크의 잦은 최대주주 변경에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다음달 8일 최대주주가 엔포스페이스로 변경 예정인데, 테라사이언스가 최대주주가 된지 불과 6개월만”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