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큐브, 흑자기업이 ‘고금리’ 사채 발행 나선 이유

금리 6%, 주식총수 대비 25.18% 대규모 발행 “해외사업투자 관련 자금수요 발생...다음달 투자처 밝힐 예정”

2024-06-20     김건우 기자

색조화장품 기업 씨큐브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흑자기조를 이어오며 양호한 재무상황을 유지하던 가운데, 고금리 등 불리한 조건으로 갑작스런 발행 계약이 체결되면서다.

씨큐브 측은 해외사업 확장 관련 유의미한 계약을 추진중이라며 투자처 등 구체적인 정보는 다음달중 공식적으로 발표할 거란 입장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씨큐브는 전일 권면 150억원의 1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씨큐브는 조달자금 중 50억원은 내부운영자금으로, 100억원은 해외사업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는 상상인증권, 아이피피를 비롯한 다수의 사모펀드로 구성됐다. 전환가액은 5760원이며, 납입일은 이달 28일이다.

이번 CB발행은 계약상 세부 조건이 투자자 측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됐다. 우선 만기금리가 6%로 시가대비 높은 고금리 발행에 해당한다. 사채만기일인 2027년 6월 28일 기준 원금의 113.0412%를 상환해야 한다. 

발행 CB의 전환가능 주식수도 260만4166주에 달해 상장주식총수의 25.18%에 달한다. 리픽싱(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포함돼 최저조정가액 4032원을 기준으로 372만238주의 전환가능 주식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회사의 총주식수 대비 35.95% 수준이다.

풋옵션(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은 납입일 기준 1년후부터 행사가능하며, 발행사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비율은 40%로 책정됐다.

이같은 CB발행 소식에 씨큐브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씨큐브는 전일 대비 14.27% 하락한 4895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선 수년간 흑자실적을 이어오며 양호한 재무현황을 유지하던 기업이 갑작스레 발행사에 불리한 구조로 설계된 CB발행에 나선 점이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씨큐브의 최근 3개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을 보면 ▲2021년 35억원 ▲2022년 53억 ▲2023년 34억원을 기록했다. 현금흐름 역시 양호해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다. 올해 1분기말 기준 103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본잉여금 202억원, 이익잉여금 521억원을 쌓아놓고 있다.

회사 측은 해외사업 관련 유의미한 투자 건을 앞두고 자금수요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씨큐브는 지난달 20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사업제휴 및 향후 영업 전망 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씨큐브 관계자는 “해외사업투자 관련 자금수요가 발생해 필요한 만큼의 자금 조달을 단행한 것”이라며 “당장 기존 주주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달중으로 구체적인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