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비하인드] 세상 발칵 뒤집은 연쇄살인…시작은 ‘보험사기’였다

2024-06-13     박혜진 기자
2009년 2월 2일 오후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 매립지에서 열린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시신유기장소 수색현장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범행장소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는 그동안 생소했던 보험업계의 크고 작은 뒷이야기를 ‘보험 비하인드’로 전하고자 한다. 그 첫 연재물로 ‘보험사기’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뤄본다. [편집자주]

연쇄살인범이 과거 보험사기에 대해 언급해 그 심각성을 시사한 바 있다. 보험업계에선 강호순의 연쇄살인사건의 시작이 보험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예로 들었다.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 지역에서 부녀자들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살인범이다. 에쿠스와 무쏘 등 차량을 이용해 밤늦게 귀가하려는 여성들을 유인해 차에 태워 강간한 뒤 살해하고 암매장했다. 범죄가 쉽도록 차량 뒷좌석을 개조하는 등 계획적이었다.

범행은 주로 추운 겨울에 늦은 밤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동물과 찍은 사진을 놓아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강호순은 2008년 12월 군포 여대생이 실종되는 사건으로 수사 중이던 경찰이 CCTV에 찍힌 그의 얼굴과 두 개의 차량을 불태우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최소 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 사건 이전에 강호순은 보험사기에 능한 사람이었다. 2005년 10월 네 번째 부인과 장모를 방화 사건으로 가장해 살해했는데, 처음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되려 이때 충격으로 다른 여성을 죽였다는 핑계를 대기도 했다.

그는 화재 열흘 전 부인의 보험으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받아 상해보험을 추가적으로 가입했고, 화재 닷새 전엔 혼인신고를 했다. 방화 당일엔 부인과 장모에게 술을 먹여 재우고, 모기향을 발화점으로 만들어 화재 사고로 위장했다.

이 같은 범행으로 강호순은 4억80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수령한다.

연쇄살인으로 그가 체포되면서 방화 사건도 재조명됐다. 당시 검찰 측은 화재 당시 강호순이 둘째 아들을 데리고 탈출한 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목격자 진술 등 300여건의 증거를 제시했다.

화재 사흘 후인 2005년 11월2일 국과수 감식 당시 촬영한 사진. 검찰은 강호순이 화재 현장에 의도적으로 모기향을 피워 경찰 조사에서 모기향 때문에 불이 번진 것처럼 거짓 진술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 밖에도 자동차 화재, 차량 도난 등 재물을 이용한 보험사기도 저질렀다. 1999년 2차례 트럭화재로 3300만원, 트럭 도난으로 57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2000년에는 직접 운영하던 점포의 화재로 3600만원을 수령 했고, 같은 해 차량이 전복되면서 6000만원을 받는 등 2억가량의 보험금을 챙겼다.

친구에겐 ‘보험사기 한 방이면 끝난다’, ‘트럭 바퀴 쪽에 불을 붙이면 차가 금방 탄다’ 등 범행 방법도 알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 생생한 기억을 전했다. 그는 “강호순 보험사기 사건이 2009년 봄쯤 언론보도가 있었고, 그해 7월에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 대책반이 생겼다”며 “이후 대책반에서 ‘사라진 어린 신부’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밝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