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마시스, 망해도 3代 가는 부자...동병상련 블레이드엔터 인수

지난해 매출액 97% 증발...계속사업 존속 불가 수준 코로나19 수혜로 쌓은 이익잉여금 작년말 기준 2784억원...“자력으로 활로 모색”

2024-05-22     김건우 기자
휴마시스 코로나19 진단키트(사진=휴마시스 홈페이지 갈무리)

체외진단키트 제조기업 휴마시스가 거금을 들여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블레이드)를 인수했다. 코로나19 수혜가 끝나고 매출이 급감해 사실상 본업만으로는 계속사업존속이 어려워진 가운데 새로운 사업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양상이다.

휴마시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 수준으로 폭감했지만, 지난 수혜기간 중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휴마시스가 금번 블레이드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휴마시스는 전일(21일)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48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의 잔금 납입을 완료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플레이크와 메타플렉스로부터 각각 845만8208주, 533만6179주씩 인수했으며, 주당 인수가액은 기준주가(1013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한 3480원으로 책정됐다.

블레이드는 주요 종속회사로 경남제약을 두고 있는데 21일 경남제약의 감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양수도 계약만으로 M&A를 완료할 경우 인수단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후속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통상적”이라며 “이번 M&A의 경우 경남제약 감자 이후 휴마시스 측이 유증에 참여해 지분비율을 급격히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레이드는 1973년 바이오기업으로 창립된 이래 남성용 콘돔과 의약외품 및 마스크, 필터 등을 생산해오다가 NFT,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에 따라 사명 역시 바이오제네틱스→경남바이오파마→블루베리NFT→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로 변경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가 끝나면서 마스크 관련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체외진단키트를 제조하는 휴마시스 역시 코로나19 기간중 수혜를 크게 봤으나, 지난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사실상 계속사업존속이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휴마시스는 재작년 연결 매출액 4712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매출규모 97%가 증발하며 13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같은기간 순손익도 1826억원 흑자에서 506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휴마시스는 지난 코로나19 수혜기간 쌓아온 막대한 자산이 남아 있어 자력으로 신사업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작년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 2784억원이 남아있었으며, 단기간에 현금화하기 용이한 기타유동금융자산 항목에 2289억원 정도가 몰려있었다. 최근의 M&A에서 일부를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기업중 휴마시스처럼 천억원대의 유동성을 자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찾기 어렵다”면서 “외부투자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미래를 개척하기에 충분한 자금이지만, 당장은 업력이 충분치 않은 신사업 분야로의 공격적 전환보다는 공통점이 많은 블레이드를 적절한 매물로 선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