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4년간 ‘장롱카드’ 2배 급증…손실 확대 우려
우리카드의 휴면카드 수와 비중이 최근 약 4년간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장롱카드’로 불리는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를 말한다. 수년간 휴면카드가 늘어난 현상은 카드사의 손실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주목된다.
22일 우리카드 상품공시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78만2000개던 휴면카드 수는 2021년 4분기 109만5000개로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155만3000개, 올해 1분기 156만5000개로 두 배가량 늘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휴면카드 수가 150만여개에 달했던 2013년 상반기(1‧2분기)에 이어 10년여만이다.
카드사가 발급한 전체 카드 수 대비 휴면카드 비중 또한 증가세다. 우리카드는 2018년부터 휴면 신용카드 비중을 두 자릿수 아래로 줄이는 데에 성공했다.
2020년 2분기 휴면카드 비중은 8.5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3분기 10%를 넘어섰고, 올해 1분기 14.93%로 15% 비중을 목전에 두게 됐다.
업계에선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휴면카드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2020년 5월 장기휴면 신용카드 자동해지 규정 폐지와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인기에 따른 카드 브랜드 충성도 저하 요인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휴면카드 증가는 카드사에게 매몰 비용 증가와 고객 이탈, 각종 금융 범죄‧사고 위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휴면카드는 고객의 실질적인 이용으로 연결되기 어려워 카드 발급 비용이 매몰비용으로 소진되고, 장기적으로 고객이 이탈될 여지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사는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하게 신규 신용카드 발급을 늘리면서 발급 또는 마케팅 투자 비용을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고객이 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사이, 해킹 등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탈취해 금융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올 1분기 카드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우리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37% 줄어든 290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주요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 중 홀로 ‘역성장’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휴면카드는 카드업계가 전체적으로 다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증가율이 가파르면 비용이 확대돼 손실에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