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 1125억 주주배정 유증 단행…250억 CB 상환 목적
하나마이크론이 1125억원의 자금 조달을 위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달 자금 가운데 채무상환 자금 250억원은 10회차 전환사채(CB) 상환 자금으로 쓰이며,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하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하나마이크론은 1125억원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진행한다. 예정 발행가 2만2500원에 신주 500만주를 발행하기 위해 기존 주주의 보유 주식 1주당 0.0958414858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정할 계획이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내달 20일이고, 기존 주주의 청약 예정일은 7월 29~30일이며, 자금 납입은 8월 6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주 청약 및 초과 청약 결과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선 8월 1, 2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으로, 대표 주관은 대신증권이 맡았다.
유상증자로 조달 예정인 1125억원 가운데 687억2380만원은 올 하반기 쓰일 예정이다. ▲고객사 비메모리 테스트 신규 수주에 따른 테스트 생산설비 증설 ▲테스트 설비 개조 등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나마이크론 측은 밝혔다.
또한, 사측에 따르면 187억7620만원은 패키징 공정에 투입되는 원재료 구입 등 운영자금 명목으로 쓰일 계획이며, 250억원은 올해 11월 29일 만기인 10회 무보증사모사채(CB) 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닌 CB 상환과 같은 채무상환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주주는 “기업 운영상 자금 확보가 아닌 다른 목적이 농후해 보인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하나마이크론의 증자전 주식 수는 5216만9475주다. 이번 자금조달로 신주 500만주가 발행되면 기존 주식수의 약 10%에 이르는 물량이 8월 20일 추가 상장돼 기존 주식의 1주당 가치가 일부 희석되는 문제도 있다.
채무상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인 만큼 주주들을 고려한 회사의 움직임도 있다. 기존 1주당 0.15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8월 9일로 무증에 따라 신주 857만5421주가 유상증자 신주 상장 이후인 9월 4일 상장될 예정이다. 단, 무상증자 신주 수는 주식관련 사채 행사, 자기주식수 변동, 단수주에 의해 추후 변동될 수 있다.
하나마이크론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불과 3년 전에도 진행된 바 있다. 당시 1452억원을 시설자금, 운영자금, 기타 예비비 명목으로 조달했고, 사측은 해당 자금을 모두 사용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CB 발행 등 지속적으로 대규모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2021년말 이후 회사의 수익성은 꾸준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2021년 말 16%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2%, 지난해 6% 수준까지 떨어지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689억6071만원으로 전년 동기(2378억9046만원) 대비 13% 늘어난 양상이지만. 덩치만 키웠을 뿐, 영업이익은 108억2621만원으로 전년 동기(167억8269만원) 대비 35% 급감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1분기 영업이익률만 놓고 보면 4% 수준에 그친다.
하나마이크론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241.31%에 육박한다. 이와 관련 사측은 “유상증자 진행 후에는 198.98%까지 하락하여 재무구조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마이크론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다. 2021년말부터 3년간 부채비율은 ▲134% ▲189% ▲217%로 계속 높아졌으며 올 1분기 241%까지 오른 것이다.
하나마이크론 측은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생산량 확대를 위해 운전자금을 확보하고 시설자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단기차입금이 증가했던 영향”이라며 “사모사채 발행 및 장기차입금 조달 등 총차입금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나마이크론은 CB발행도 12회차까지 진행한 상황이다. 지난해 ‘교보 OSAT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대상으로 만기이자율 2.5%의 CB를 발행해 48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