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티니에쿼티, 락앤락 2차 공개매수…주주 외면한 ‘헐값 상폐’ 논란

2024-05-16     한경석 기자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사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락앤락 주식 629만3625주(14.5%)에 대해 2차 공개매수 돌입했다. 자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주가 관리와 공시 부담에서 벗어나겠다는 게 어피니티 측 취지이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선 방만한 기업 경영 후 ‘헐값’ 공개매수에 의한 상장폐지로 받아들여져 논란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주당 8750원에 629만3625주(14.5%)를 이날부터 내달 5일까지 2차 공개 매수한다.

앞서 어피니티는 2017년 12월 당시 6300억원에 락앤락 창업자인 김준일 회장 등으로부터 회사 지분 64%를 매수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당시 주당 가격은 1만8000원이었다. 당시 매수 가격과 이번 공개매수가를 단순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지분을 사들이는 양상이다.

어피너티는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스트렝스(Consumer Strength Limited)를 통해 락앤락 주식 3017만3960주(69.6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150억원을 투입해 30.33%의 잔여 지분을 전량 확보하려 했으나, 당초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약 16%의 지분 확보에 그치면서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됐다.

소액주주들 반발이 예상보다 거센 영향이 컸다. 일부에선 공개매수 반대 캠페인까지 벌어지져 어피니티는 1차 공개매수에서 만족스러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가 소액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어피니티 인수 후 락앤락의 수익성은 하락세를 겪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은 ▲5% ▲5.76% ▲5.99% ▲0.44% ▲–4.34%로 2021년까지 5%대를 그나마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들어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락앤락의 최근 5년간 수익성 지표. 차트=에프앤가이드

이처럼 재무적인 취약점을 드러내며, 코스피 시장에서 락앤락의 주가도 맥을 못췄다. 어피니티가 인수할 당시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선 반면, 16일 오전 9시 22분 장중 기준 3769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자의 오너리스크도 있었다. 김준일 전 회장의 횡령 소식은 락앤락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회장은 2013년 7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공사비를 과다계상해 107만 달러(약 14억4000만원)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에 앞서 2017년 본인 지분을 어피니티에 매각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근 5년간 하락세에 이어 락앤락의 올 1분기 실적도 여전히 악화일로다. 107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25억원으로 수익성 악화한 상황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감소했고, 지난해 1분기 11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올 1분기 적자 전환된 상태다.

영업활동, 재무활동 등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악화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의 제조·판매 등 주요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유출올 의미한다.

락앤락의 올 1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68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45억원) 규모에 비해 절반 수준도 못 미친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2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34억원으로 마이너스가 지속됐다.

락앤락의 공개매수 주관은 NH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례는 드물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어피니티의 2차 공개매수에 의한 락앤락의 코스피 시장 상장폐지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