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크래프톤, ‘라이엇 출신 설립’ 엘로디게임즈 지분 확보
글로벌 게임 개발사에 지분투자 광폭행보
국내외 게임 스튜디오를 향한 크래프톤의 지분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중국의 ‘게임공룡’ 텐센트가 연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공격적이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게임 개발사 ‘엘로디 게임즈(Elodie Games)’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엘로디 게임즈는 라이엇 게임즈 출신의 크리스티나 노먼과 데이비드 뱅크스가 2019년 설립한 회사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게임사 출신의 개발자들이 다수 포진돼있다.
특히 회사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뱅크스 CEO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궤도에 오르기 전인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라이엇 게임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이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크리스티나 노먼 역시 라이엇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디자인 디렉터 직책을 도맡았다.
현재 엘로디 게임즈는 익스트랙션 액션 RPG ‘시커즈 오브 스카이베일(Seekers of Skyveil)’을 개발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에서 영감을 받은 이 게임은 24명이 모인 전장에서 최대 3명씩 팀을 꾸려 전리품을 얻고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직 출시일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올해 들어 이용자 대상 테스트를 각 권역에서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국내외 게임 스튜디오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영국과 노르웨이 소재의 신생 게임 개발사 ‘레드 로버 인터랙티브’에 투자했으며, 작년에는 구인영 언디셈버 디렉터가 설립한 국내 게임사 ‘바운더리’에 시드 투자를 단행했다. 이 밖에도 ‘너바나나’, ‘플레이긱’, ‘스튜디오 사이’ 등 다양한 게임 스튜디오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에는 미국의 신생 개발사 ‘미드썸머 스튜디오’에 투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드썸머 스튜디오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 ‘엑스컴(XCOM)’, ‘심즈’를 선보여온 업계 베테랑들이 모인 게임 스튜디오다. 특히 EA에서 18년간 심즈 시리즈를 개발해오던 그랜트 로디엑이 이 회사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목을 끌고 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350개 이상의 전 세계 게임사들을 검토하고 미팅도 진행했다. 올해는 M&A를 공격적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며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크래프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8806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놓고 업계 일각에선 텐센트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 중 하나인 텐센트는 라이엇 게임즈, 슈퍼셀 등 굴지의 게임사들은 산하에 두고 있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도 시프트업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이자 넷마블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