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정책 방향 발표…“제2금융권 부실 확산 낮아”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정책 방향을 발표함에 따라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 등으로 손실 인식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각종 규제 및 정책 등을 통해 부동산PF의 무분별한 확장은 제한돼 제2금융권(보험·증권·카드·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리스·벤처캐피털)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13일 금융당국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기관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부동산 PF 정책 방향 발표가 제2금융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나이스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발표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PF 사업성 평가 기준마련 ▲PF 대주단협약 개정 ▲PF채권 경·공매 기준 도입 ▲공공-민간 협력을 통한 원활한 자금 순환 촉진 등이다.
금융당국은 우선적으로 PF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분류를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 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는 등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보다 적극적인 옥석가리기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PF 대주단 협약을 개정하고 2회 이상 만기 연장이 이루어지는 사업장에 대해 대주단 동의요건을 기존 2/3이상 동의에서 3/4이상 동의로 변경하는 등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건을 기존보다 까다롭게 변경했다.
PF채권 경‧공매 관련 세부기준도 6개월이상 연체 PF채권에 대해 3개월내 경‧공매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사업성이 부족한 PF사업장에 대해선 금융사 스스로 체계적인 재구조화‧정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은행과 보험업권에서 최대 5조원 규모로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을 조성하는 등 공공과 민간 협력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부동산 PF 시장에선 사업성이 낮아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사업장까지 관대하게 만기 연장이 이루어지는 등 정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 발표 후 부동산 PF 사업장의 경‧공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부실사업장 재구조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PF부실 상황 악화에 대비해 제2금융권의 경영에 무리가 없는 범위 내에서 추가 충당금 적립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안에 따라 사업성이 부족한 PF사업장의 정리가 가속화돼 해당 사업장과 관련한 금융권의 손실 인식은 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 업권별로 부동산 PF 부실여신 정리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맞춰 추가 충당금 적립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예상된 추가손실의 상당부분을 올해 인식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12일 부동산 PF 손실인식 현황과 추가손실 전망을 통해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업권별 부동산 PF 추가손실 전망 및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를 분석했다.
◆나신평 “부동산PF 예상손실, 캐피탈 최대 5조원”
해당 분석을 통해 산출된 부동산 PF 예상손실은 증권 3조1000억원~4조원, 캐피탈 2조4000억원~5조원, 저축은행 2조6000억원~4조8000억원이며, 기적립된 대손충당금을 제외한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 규모는 증권 1조1000억원~1조9000억원, 캐피탈 9000억원~3조5000억원, 저축은행 1조~3조3000억원 등으로 추산됐다.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실은 “이번 발표안으로 부동산 PF 관련 손실 인식이 가속화돼, 제2금융권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 배경으로 “제2금융권의 자기자본 및 기적립 충당금 규모 등 손실대응 능력이 과거 대비 제고된 상황”이라며 “그간의 각종 규제 및 정책 등을 통해 부동산 PF의 무분별한 확장이 제한돼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번 정책에 따른 부동산 PF 재구조화 및 정리로 인해, 제2금융권이 보유한 상당수 부동산PF 사업장에서 관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해당 손실 규모는 브릿지론(연계자금 대출), 중·후순위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에 따라 개별 회사별로 차별화돼 나타날 전망이며, 이러한 손실 규모는 대체로 이미 적립된 대손충당금 규모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각 사별로 관련 손실 규모에 대응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자본 확충 등이 요구되며, 회사 자체 여력이 부족한 경우 계열로부터의 유상증자 등이 필요한 실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3개 업종은 지난해 약 5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며 “이에 기반한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하면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은 1~2년 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