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파나진, 적자기업 ‘無 현금’ M&A 논란

바이오스퀘어 지분 89.98% 89억98억에 인수 인수자금 89억 CB 발행해 상계 처리...5~9회차 미상환 CB 누적 매년 20억씩 적자 부담 고스란히 전이...“실적 부담 가중”

2024-05-14     김건우 기자

HLB그룹의 계열사 HLB파나진이 바이오스퀘어 인수를 통해 진단 사업의 영역 확장을 추진한다. 회사의 재무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인수자금 대부분을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상계하는 형태여서 향후 전환주식 급증 등의 부담도 커졌다.

HLB파나진은 M&A를 통해 진단 분야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 피인수 기업 바이오스퀘어가 매해 적자를 내고 있어 M&A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B파나진은 지난 10일 바이오스퀘어 인수 및 8·9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바이오스퀘어는 면역진단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퀀텀닷’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 높은 진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HLB파나진은 자사가 주력하는 분자진단 기술 분야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M&A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HLB파나진은 바이오스퀘어 지분 89.98%에 대해 약 89억98억원의 가격을 책정해 양수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실질적인 현금유출은 1억원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말 기준 회사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102억원에 불과해 인수에 나설 재무적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회사는 CB발행을 통해 인수대금을 상계하는 구조의 M&A를 설계했다. 각각 ▲8회차 CB 85억38만7230원 ▲9회차 CB 4억2219만3190원씩 발행해 인수대금 대부분을 상계한다. 실질적은 현금지급액은 차액 약 76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CB계약상 표면·만기 금리 0%, 리픽싱(시가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조항 삭제,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배제 등 ‘슈퍼갑’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바이오스퀘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이다.

이번 M&A의 거래대금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바이오스퀘어의 기업가치는 100억원으로 평가된 셈이다. 그러나 바이오스퀘어는 재작년과 지난해 연이어 당기순손실을 각각 21억원, 19억원씩 냈다. 작년말 누적 결손금이 88억원을 넘겼다. HLB파나진부터 지난해 48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에서 종속기업의 적자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LB파나진의 주가 희석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발행한 8~9회차 CB는 사채권자의 풋옵션이 없기 때문에, 전량 주식전환이 유력하다. 전환가능주식수는 212만6956주로 총주식수(4101만4527주)의 5.18% 수준이다. 기발행 미상환 CB 5~7회차 물량 812만4085주까지 포함할 경우 전환가능주식 물량 규모가 1025만1041주에 이를 전망이다. 무려 총주식수의 25%에 육박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합리적 기준을 찾기가 어렵다”며 “양수 측이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기대하는 시너지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장 실적 측면에서는 부담이 가중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