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빅3’서 유일하게 흑자낸 비결은
롯데·현대百, 백화점 선방에도 관계사 부진·비용 부담 신세계, 백화점·까사·인터 등 주력+관계사 실적↑ “오프라인 본업 지속 성장…경쟁력 증명”
신세계가 ‘백화점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1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시장이 흔들리면서 녹록지 않은 업황에서도 신세계가 경쟁력을 증명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이 SSG닷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 모처럼 호재가 나왔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빅3’가 1분기 실적을 모두 발표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식품·명품 부문 매출을 끌어올리며 외형과 수익성을 개선한 가운데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에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구체적으로 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 매출은 8156억원으로 전년 동기(2023년 1분기) 대비 1.4%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기존 점포, 해외에서는 베트남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 그러나 올해초 진행한 명예퇴직 보상의 일회성 비용 처리, 고마진 패션상품 매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연결 기준 매출은 9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8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6% 감소했다.
다만 사업 부문별로 쪼개봤을 때 백화점 부문에서는 올해 1분기 매출 5936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8.3% 증가한 수치다.
반면 관계사인 면세점과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업체 지누스가 발목을 잡았다. 면세점은 매출이 2405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지누스는 매출이 1522억원으로 33.5% 줄었고 영업손실이 1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조8187억원, 영업이익 16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7% 증가했다.
핵심사업인 백화점의 실적 호조와 자회사의 내실있는 성장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 신장한 1조8014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 총매출(1조6695억원)을 1년 만에 넘어서며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이는 별도 법인인 광주·대구·대전 신세계백화점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지속된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도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은 지난 1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리뉴얼, 2월 강남점 스위트파크 오픈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본업 경쟁력을 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강남점 식품관과 타임스퀘어 패션관 등 리뉴얼을 통한 공간 혁신을 이어가면서 모바일 앱 활성화를 통한 온오프라인 시너지에 역량을 집중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타사와 달리 자회사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가구사 신세계까사의 1분기 매출액은 685억원으로 30.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까사는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와 베스트셀러 소파 ‘캄포’ 등 메가히트 상품에 힘입어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고 물류 운영 프로세스 개선 등 사업 구조 안정화로 올해 연간 흑자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티커머스사 신세계라이브쇼핑도 블루핏과 에디티드, 엘라코닉 등 패션 PB(자체 브랜드) 호조로 1분기 매출이 782억원으로 16.7%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5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신세계센트럴시티는 영랑호 리조트 영업 양수 효과와 임대 수익의 증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889억원과 262억원으로 5.5%, 20.1%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1분기 매출액은 3094억원으로 0.9%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이 회사의 코스메틱(화장품) 부문은 1분기 매출이 1043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5억원이었다.
다만 면세점 부문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매출액은 4867억원으로 4.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70.3% 급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속적인 인천공항 트래픽 증가와 순차적 매장 오픈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 측은 백화점 부문을 비롯해 자회사가 고르게 성장한 점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녹록지 않은 업황과 치열한 커머스 경쟁 속에서도 백화점 역대 1분기 최대 매출과 연결 회사들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백화점의 콘텐츠 혁신과 자회사들의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가 1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그룹의 또다른 축인 이마트의 호실적 여부도 주목된다. 지난 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마트의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액 7조2836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8%, 영업이익은 65.18%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이마트의 이커머스 자회사 SSG닷컴과 G마켓의 부진과 신세계건설의 손실로 영업이익은 20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