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변도’ 탈피 선언...돌아온 박관호 위메이드 창립자의 자신감

사업전략에서 중국 배제...“리스크 크다” 中 사업 성공 열망하던 전임 대표와 대조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에서 가능성 봤나

2024-05-09     채승혁 기자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 사진=위메이드

“위메이드는 2001년 ‘미르의전설2’부터 긴 중국 사업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 같은 시련을 거쳐 남다른 중국 시장 경쟁력을 갖게 됐고, 이젠 그 결과물을 집대성할 모멘텀이 왔습니다.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이사, 2023년 8월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중국 비즈니스는 계속 리스크가 상존해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관련된 게 아니라 크게는 한국과의 정치·경제적인 문제들, 중국 내부 상황들에 따라 부침이 심합니다.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 2024년 5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12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 회장이 방향타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세운다. 전임자인 장현국 전 대표 체제에서 수차례 강조됐던 중국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배제한 것.

박관호 대표는 8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르4’와 ‘미르M’의 중국 출시 시점을 묻는 질문에 “저희의 중국 사업 전략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분명 위메이드가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며 매출 비중도 상당 기간 높았으나, 동시에 게임 규제 등 정책적인 리스크도 많았고 게임이 성공하더라도 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미수금 문제도 비일비재했다는 것. 이날 위메이드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 관련 내용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이는 액토즈소프트와의 ‘미르의전설’ IP 분쟁응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중국 사업 성과를 기대했던 장현국 전 대표의 스탠스와 극명히 대조된다.

장 전 대표는 당장 올해 신년사 때만 해도 “지난해부터 전개되는 중국 시장의 새로운 거대한 흐름은 우리의 IP 사업 전개 및 신작 출시와 맞물려 다른 레벨의 캐시카우를 만들어낼 것이다. 미시적인 작은 물결은 거대한 장강의 흐름을 막지 못한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사진=위메이드

박관호 대표는 장현국 전 대표와 경영상 이견이 일부 있었다는 걸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암시했다. 당시 박 대표는 “장현국 대표가 오랫동안 회사의 성장에 이바지했지만 저와 항상 생각이 똑같진 않을 것이다. 제가 회사 비용도 최적화하며 직접 일을 챙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협의하에 대표에 올랐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박 대표가 컨퍼펀스 콜에서 밝힌 위메이드의 신규 사업 방침이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국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은 배제하고 전반적인 사업 계획을 새롭게 구상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박 대표는 “‘미르M’과 ‘미르4’에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중국에 출시가 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잘되면 추가적인 인컴(수익)이 생기는 것”이라며 “‘미르M’이 언제 출시돼서 매출이 얼마 나오고 이런 걸 얘기해 봤자 중국 정부에 따른 상황 변화가 너무 많다”라고 부연했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지난 3월 출시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의 흥행이 있었다. 전 세계 170여개국에 출시된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은 20여일 동안 571억원을 벌어들였고, 이에 박 대표는 “중국에서 수익이 많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글로벌 매출 비중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위메이드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타깃층을 국한하기보다 서양권 등 글로벌 각 지역을 염두에 두고 차기작들을 준비하고 있다. 북미 시장 성공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오픈월드 PC MMORPG ‘미르5’가 대표적이다.

“미르5는 확률형 아이템을 최소화할 것이다. 거의 안 할 생각까지 하고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는 박 대표는 그 대안으로 토크노믹스를 언급했다. 이는 위믹스(WEMIX)와 블록체인 사업에 전 역량을 쏟아부은 장현국 전 대표의 방향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블록체인 사업을 회사의 핵심 축으로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

관련해서 박 대표는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토큰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많이 봤다. 외부에서는 큰 성과를 못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