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수주전 갈등 격화...HD현대重, 한화오션 명예훼손 고소
HD현대중공업 “일방적 짜깁기로 사실관계 왜곡” 한화오션 “자료 모두 공개하고 의혹 해소하라”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한화오션 임직원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된 수사 기록을 언론에 공개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경남 창원 경남도청 등에서 잇따라 기자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라며 일부 수사 기록을 공개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하고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번에 고소장을 제출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에 언급된 당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소장을 통해 “한화오션 측이 공개한 수사기록 내용은 국방부검찰단을 통해 입수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일부만 의도적으로 발췌·편집한 것”이라며 “실제 진술 내용과 취지에 명백하게 반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에서 수사관은 HD현대중공업 직원에게 “피의자를 포함한 5명 직원이 불법으로 촬영·탐지·수집한 군사비밀을 열람했다는 사실을 출장 복명서를 통해 위에 보고했고, 이를 피의자와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다. 맞느냐”라고 물었고 직원은 “예”라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 문서에는 수사관이 “당시 문서 결재자들이 어떻게 되느냐”라고 질문하고, 이 직원은 “과장인 저와 부서장인 부장, 중역인 수석부장이 결재했다”라고 답변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사건 당시인 2014년 HD현대중공업에 임원이 아닌 최상위 직원 직급으로 ‘수석부장’이 존재했으나, 한화오션이 이 직급을 임원으로 둔갑시켜 방위사업청의 입찰 참가 제한 대상처럼 호도시켰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기자설명회에서 일방적으로 짜깁기한 수사 기록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개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언론에 노출해 해당 직원들이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면서 “회사 차원에서도 향후 상응하는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소와 관련해서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자료열람을 금지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 자료 공개 청구 등으로 제한된 자료를 제공받아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라면서 “최초 수사 당시 범죄행위를 수행한 직원이 지목한 ‘중역’ 뿐만 아니라 그 윗선에 대해 전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사 결과에 대한 상식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고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대응했다.
또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진술뿐만 아니라 공개된 증거목록에서 나타난 군사기밀 보관용 서버 설치 및 운용 등을 종합하여 임원의 개입 정황이 다양하게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HD현대중공업에 윗선으로 지목한 ‘중역’ 등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해당 자료 등을 모두 공개하고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고 실전 배치하는 사업으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사업과 기본설계는 각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수주했으며, 3단계에 해당하는 상세 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은 올 하반기 진행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