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콘RF제약, 400억 ‘영끌’ 에이비온 M&A 무리수 논란

180억 단기차입, 220억 CB 등 고금리 사채...상상인 풋옵션→재무리스크 직결 1년 후부터 상환요구 대응해야...“사채 돌려막기 구조 전망” 고금리 부담에 에이비온 지분법 손실 겹치는 구조

2024-04-19     김건우 기자

텔콘RP제약이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에이비온 인수에 나선 가운데, 무리한 인수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00억원의 외부자금을 고금리에 끌어와 이자부담이 커졌고, 1년후 도래하는 상환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자금확보가 난제로 떠올랐다.

투자업계에서는 회사의 현금흐름상 내부적으로 채무상환 자금을 창출하기 어려워 추가자금조달을 통한 돌려막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사채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피인수 기업인 에이비온의 누적 적자 등 지분법 손실이 겹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텔콘RF제약은 에이비온의 주식 및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텔콘RF제약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에이비온 주식 197만7893주에 더해 금번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250만8381주를 추가 인수해 총 448만6274주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4·5회차 CB를 각각 권면 160억원, 20억원 규모로 취득했다. 각각의 전환가능주식수는 244만4782주, 32만7546주로 합계 277만2328주다. 4·5회차 CB의 권면총액은 각각 210억원, 190억원이며 현재 전환가액을 기준으로 전량 주식전환시 631만998주가 발생한다. 현 주식총수 2202만5993주의 28.6% 규모다. 해당 CB의 전량 상장을 가정한 희석분 반영시(총주식수2833만6991주) 텔콘RF제약의 잠정 보유지분(율)은 725만8602주(25.61%)가 된다.

텔콘RF제약은 이번 M&A를 위해 4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단행했다. 우선 20회차 CB를 발행해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부터 220억원을 유치했으며, 뉴온으로부터 18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끌어왔다. 20회차 CB는 연복리 5%의 고금리로 발행됐으며, 뉴온으로부터 끌어온 차입금 금리는 4.6%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이번 조달자금 중 80억원은 1년후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유보할 방침이다. 

문제는 400억원의 조달자금 전체에 대한 채무상환요구가 1년후부터 도래한다는 점이다. 당장 단기차입금 180억원은 만기가 1년후로 설정됐으며, CB의 경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같은 시점부터 행사가능하다. 사실상 텔콘RF제약의 재무구조를 상상인 측이 풋옵션을 근거로 쥐고 흔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상인·메리츠증권 등 코스닥 시장에서 돈줄로 유명한 금융회사들은 경영권을 노리고 사채장사를 하는 부류는 아니다”라면서 “호기가 오면 과감한 차익실현에 나서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높은 금리수익에 담보권 설정과 채무상환요구를 곁들여 절대우위의 이익을 보려는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텔콘RF 제약의 현금흐름상 내부적으로 채무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현금창출이 가능해졌지만 영업익 10억원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계속되는 CB발행 또는 차입을 통한 돌려막기(차환)를 시도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텔콘RF 제약 관계자는 “당장 내부적으로 채무상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M&A의 성패에 따라 텔콘RP제약의 향후 재무구조 역시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비온 인수가 텔콘RP제약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추가적인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텔콘RP제약 측은 에이비온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이비온이 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c-MET' 표적 항암제 ‘ABN401(바바메킵)’에 대해 글로벌 임상2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기술이전 등의 계약 체결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피인수 기업 에이비온의 실적·재무 측면의 지표 현황을 근거로 부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이비온은 지난해 자본잠식에 진입한 것은 물론이고, 결손금 규모가 1800억원에 달해 1700억원대의 주식발행초과금을 모두 까먹은 상태다. 자기자본규모도 계속 축소됐는데 ▲2021년 321억원 ▲2022년 151억원 ▲지난해 99억원까지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텔콘RP제약은 자금조달에 따른 고금리 이자는 물론이고, 에이비온 지분법 손실의 부담이 겹칠 것으로 전망된다.

텔콘RP제약 관계자는 에이비온 실적 관련 “신약개발기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턴어라운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