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깡통 대출’ 급증...건설·부동산 불황 여파

2024-04-19     이라진 기자
4대 시중은행.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무수익여신이 증가하고 있다. 무수역이신이란 은행이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대출’을 말한다. 건설·부동산 대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520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말 2조7900억원보다 26.2%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연체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수치다. 이 중 이자 미계상 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 상환 능력 악화 여신, 채권 재조정 여신 등을 포함한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었다.

KB국민은행은 5221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43.6%,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33.1% 각각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 NH농협은행은 5130억원에서 7682억원으로 49.7% 각각 늘었다.

신한은행만 6327억원에서 6060억원으로 4.2% 줄었다.

5대 은행이 공개한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업체 현황’에 따르면 건설·부동산 업체들의 부도 및 채무 불이행이 무수익여신 증가를 이끌었다.

KB국민은행에선 부동산업을 하는 A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1년 새 645억원 증가했다. 채무 상환 능력 악화에 따른 이자 미계상 여신 발생 때문이었다.

신한은행에서도 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해오던 B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347억원 늘었으며, 이는 부도업체의 채무 불이행 때문으로 보고됐다.

하나은행에선 기타 토목 시설물 건설업을 영위하는 C업체의 무수익여신이 604억원 발생했다. 유동성 악화로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였다.

우리은행에선 아파트 건설업체인 D사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720억원으로 새로 잡혔다. 기업신용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채권 재조정을 한 결과다.

농협은행 역시 무수익여신이 42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채권 재조정이 이뤄진 건설업체였다.

이 같은 무수익여신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확대되고 재고가 감소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건설업 등 내수 경기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최근 분양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부동산업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이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