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오션, ‘연 20조원’ 美 함정 MRO 시장 진입 이룰까
미국 해군, 우방국에 MRO 물량 위탁 타진 연초 미국 해군성 장관이 직접 방한하기도
국내 양대 함정 건조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이들의 행보는 한층 빨라졌다.
19일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546억7000만달러(약 75조892억원) 수준인 전 세계 해군 MRO 시장의 규모는 2031년 647억6000만달러(약 88조94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해군의 MRO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미국 해군은 운용 중인 전력의 유지보수에 대해 거리적인 어려움과 비용 문제 등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우수한 함정기술과 설비를 보유한 우방국에 함정 MRO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날이 해군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미국의 자체 조선업 역량이 뒤떨어진다는 점도 핵심 배경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은 9일 열린 해상항공우주 전시회 컨퍼런스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이 쇠퇴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21세기에서 경쟁자들을 따라가기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불충분한 접근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앞선 2월 방한한 델 토로 장관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의 역량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델 토로 장관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함께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 야드를 둘러본 후 함정을 건조하는 특수선 야드를 찾았으며, 거제에선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방문했다.
델 토로 장관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당시의 경험을 회고하며 “한국에 갔을 때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화와 실시간 모니터링 수준에 매우 놀랐다”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미국에선 자국 조선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존스액트’가 1920년 제정이래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현지 거점 마련’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조선업체들이 미국 자회사를 차리고 현지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델 토로 장관의 발언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해군 MRO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초 야드 실사까지 마친 상태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달 28일 미국 법인 ‘한화오션 USA 홀딩스’에 1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