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 TS트릴리온, 15억 미납이 초래한 경영권 분쟁

전 대표 VS 현 경영진, 15억원 미납에 분쟁 촉발 은행권 단기차입금 200억 조만간 도래 전 대표 84억 채무상환 요구 등 ‘파산 리스크’ “다음 주주총회까지 소송전 이어가며 시간 끌 것”

2024-04-19     김건우 기자

TS샴푸로 시장에 이름을 알린 TS트릴리온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경영권 도전 세력의 채무상환 요구는 물론이고, 조만간 만기도래 예정인 단기차입금 등에 대응할 자금이 부족해서다.

TS트릴리온은 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채무상환 등에 대응할 예정이었으나,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파산신청 및 각종 소송 제기로 인해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된 데 이어 전환사채(CB) 발행까지 철회됐다. 업계에서는 TS트릴리온의 경영권 도전 세력이자 전 대표이사인 장기영씨(현 최대주주)가 회사의 자금조달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을 지연시키며 주주총회까지 시간을 끌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TS트릴리온은 전 대표이사이자 창업자인 장기영씨와 경영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장기영 전 대표는 작년 6월 23일 현재 경영권을 보유한 투자자들과 경영권 변경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양수도를 진행해 왔다.

당시 주식양수도 계약의 양도인 측은 장기영 전 대표를 비롯한 그의 일가였으며, 양수인 측은 ▲천일실업 ▲에이스파트너스 ▲해승아이앤씨 ▲알이에스 ▲덕산1호조합 등이었다. 총 양수도대금은 337억5000만원이다.

그러나 주식양수도대금의 잔금이 모두 지급되기 전에 경영권이 변동되면서, 현재까지도 15억원 규모의 잔금이 미납된 상태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됐다. 

양수인 측은 작년 11월 7일 2차 잔금을 납입했고, 이틀 후인 9일 양수인들이 지정하는 이사, 사외이사, 감사, 정관변경이 포함된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변경을 확정했다. 

기존 장기영 단독 대표이사에서 양수인 측이 지정한 이남용 대표이사가 추가되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다음달인 12월 6일 장기영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며 양수인 측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된다.

이후 새 경영진은 장기영 전 대표에 대한 양수도대금 미납액 15억원 지급일을 무려 2~3달 후인 올해 2월 29일로 결정했다. 장기영 전 대표는 이에 반발해 올해 1월 10일 임시주총을 열고 본인을 포함한 이전 경영진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부의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장기영 전 대표는 그 후로 TS트릴리온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TS트릴리온에 대한 파산신청은 과거 회사측과 맺은 84억원 규모의 차입계약에 근거하고 있다. 채권자로서 빌려준 84억원을 갚으라는 청구다.

문제는 회사측이 당장의 상환요구에 대응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TS트릴리온은 수년간 적자를 누적하면서 재무가 악화한 상황이다. 작년말 기준 보유 현금 규모가 4억원대 수준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현 경영진이 추진하던 자금조달 계획마저 엎어진 모양새다. TS트릴리온은 디에스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배정했으나, 디에스조합은 파산신청 등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해 이달 12일 35억원을 납입하는 것에 그쳤다.

또한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계획된 200억원 규모의 CB발행 역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전일(17일) 철회됐다.

장기영 전 대표의 공세에 TS트릴리온의 현 경영진이 주도하던 4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이 물거품이 되면서 회사 측은 실질적인 재무위기에 직면한 양상이다.

당장 장기영 전 대표가 파산신청의 근거로 제기하고 있는 84억원의 채무를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측의 현재 보유 현금성 자산 규모는 4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조만간 도래할 예정이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TS 트릴리온의 단기차입금 만기도래 예정 내역을 보면 ▲신한은행(42억원) 4월 24일 ▲대구은행(74억원) 4월 24일 ▲농협은행(84억원) 4월22일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양수도 계약의 잔금 미납액 15억원 규모만큼 장기영 전 대표의 지분이 양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최대주주 변동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 경영진은 유상증자를 통해 새 최대주주를 끌어들일 계획이었으나, 장기영 전 대표의 소송전으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전 대표는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다음 주주총회때까지 TS트릴리온의 자금조달을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