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24] ‘용산 악재’, ‘한동훈 책임론’ 등 여권 내부 ‘불안 씨앗’
민생 어려운데 ‘이조 심판론’만...험로 예상되는 ‘한동훈’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다만, ‘야권 200석’이라는 ‘최악’은 면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보도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의 TV 볼륨은 꺼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끝까지 개표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짤막한 소감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 강원 등에서 출구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최악은 면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과반 가능’이라는 올해 초의 분위기에 비해 ‘야권 180석’이라는 ‘참패’와 관련한 ‘책임론’은 여전한 상태다.
◆험로 예상되는 ‘한동훈’
당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패 책임론’과 ‘최악은 면한 대권 잠룡’이라는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참패 이후 ‘9회말 2아웃’ 상황에 처했을 때 긴급 투입된 한 위원장은 그간 당의 원톱으로 선거 국면을 이끌며 고군분투했다.
당초 정치권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를 합한 120~130석을 합격선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범야권의 입법권 독점(180석) 저지가 가능한 121석 이상만 확보하면 선방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은 보수 진영의 확실한 대권 주자로 ‘굳히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1일 새벽 총선 결과 ‘야권 180석’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최악’은 아니지만 ‘여권의 패배’라는 결과였다. 사실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분간 잠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동훈 대세론’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잦아들 전망이다.
◆용산발 악재 뒤 소통 실패
문제는 ‘한동훈 책임론’보다 ‘용산 책임론’이 더욱 크게 부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 시작된 이후 여당에 타격을 준 사건은 대부분 ‘용산’에서 나왔다.
연초 대통령실이 한동훈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윤한 갈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부적절한 발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등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다. ‘의사 집단 행동’과 관련한 대응에서도 대통령실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총선 패배의 이유로 “사실상 소통 자체를 금기시하는 여당 내 분위기 때문에 당내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민생 어려운데 ‘이조 심판론’만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이조 심판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은 민생 경제에 큰 타격을 안겨줬다.
여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앞세워 야당을 공격한 것도 패인이었던 셈이다.
한 위원장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야당 지도부와 후보들을 비판하는 데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다.
선거 막판에는 ‘대파 논란’도 일었다. ‘용산 악재’에 가까웠지만, 여당인 국민의힘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도층은 물론 전통적 보수 지지자의 마음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와 인천 등에서 2000년 이후 총선 최고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대구·경북(TK) 등 텃밭에서는 21대 총선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채 상병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보수표가 다 날아갔다”며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의료개혁 과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보수표 이탈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