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사가’ 엔픽셀, 연속 적자에도 순이익은 흑자전환...이유는?
CPS 평가가치 하락 영향...갈길 먼 재무개선 카겜 손잡은 ‘크로노 오디세이’로 반전 일굴까
2021년 ‘그랑사가’를 출시한 후 국내 게임업계 최단기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오른 엔픽셀이 신작 부재로 올해도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공정가치평가에 따라 전환우선주부채평가이익이 발생한 덕분에 순이익에서는 흑자를 거두는 효과를 얻었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엔픽셀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회사는 4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3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485억원 규모의 영업외수익 때문이다.
특히 2022년 155억원 수준이었던 엔픽셀의 금융수익은 2023년 50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재무 개선 효과의 배경에는 486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부채평가이익이 있다.
전환우선주(CPS)란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의미한다. 전환권과 상환권을 동시에 갖고 있어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달리, 상환의 권리 및 의무가 없기에 통상 부채보다는 자본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만약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옵션이 달려있을 경우 CPS를 회사 장부상 부채로 처리하기도 한다. 보통주로 전환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환비율 조정 옵션이 있는 엔픽셀의 CPS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금은 부채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후 계약 조건에 따라 전환권 행사로 발행될 주식수가 고정되는 경우 자본으로 재분류된다.
매해 기업들이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면서 전환권과 상환권 등의 가치도 재평가 받게 된다. 엔픽셀에겐 부채로 잡히는 CPS의 공정가치가 떨어지자, 회사 재무상으로는 부채가 줄고 금융수익이 발생한 상황이다. 다만 이는 단순 회계 처리로 실제 현금 유입은 없다.
한편 엔픽셀은 모바일 게임 ‘세븐나이츠’를 성공시키고 넷마블넥서스를 떠난 정현호·배봉건 공동대표가 2017년 설립한 회사다. 개발력을 인정받으면서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첫 회계감사를 시작한 2020년부터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차기작 ‘크로노 오디세이’에 사실상 회사의 명운이 달렸다. 2020년 말 처음 공개된 PC·콘솔 오픈월드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는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24’의 오프닝 행사를 통해 소개될 정도로 글로벌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타이틀이다.
엔픽셀은 ‘크로노 오디세이’ 제작에 전념하고자 지난 2월 개발 스튜디오를 분사하고 신규법인 ‘크로노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배봉건 엔픽셀 공동대표가 직접 크로노스튜디오 대표까지 겸직하며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상황.
여기에 다년간 MMORPG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한 카카오게임즈가 우군으로 가세했다. 지난달 엔픽셀과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 계약을 전격 체결한 카카오게임즈는 ‘크로노 오디세이’의 국내 및 글로벌 서비스 판권을 확보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통’으로 손꼽히는 한상우 대표가 지난 3월 부임한 이후 ‘글로벌 공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일찌감치 글로벌 게이머들의 눈도장을 찍은 ‘크로노 오디세이’를 놓고 카카오게임즈와 엔픽셀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