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부진 겹친 락앤락, 韓희망퇴직 이어 中법인 청산 실시

지난해 안성공장 희망퇴직 실시, 지난 2일 서울사업장도 이어져 올해 안으로 중국 심천, 북경 법인도 청산해 희망퇴직 진행한다 락앤락 “中지역 경영 효율성 증대 위해 상해법인으로 통합 예정”

2024-04-05     허서우 기자
사진=락앤락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이 수익성 악화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던 생산 공장 안성사업장 전 직원에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영업이익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서울사업장과 중국 일부 법인에서도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은 서울사업장 소속 입사 4년 차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신청자들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특별퇴직위로금을 지급한다.

락앤락이 이러한 인력 감축에 나선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누적된 영업손실과 감소하는 매출로 인해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락앤락 연결 기준 매출액은 4848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7% 감소, 영업손실은 21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 및 연결당기순손실 3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210억원에는 재고자산의 순실현가능가치 관련 추정의 변경과 한국법인 안성사업장 일회성 희망퇴직금 지급 등 비용이 약 220억원 포함돼 있다.

락앤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락앤락 연결 대상 법인에는 국내를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총 14개의 해외법인이 있다.

지난해 경기둔화로 경영 여건이 악화한 락앤락은 올해도 글로벌 통화 긴축 장기화 등으로 주요 사업 지역인 국내와 중국의 경영 환경 위협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락앤락은 지난해 한국법인 안성사업장의 직접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제3자 생산으로 전환하고 국내 물류를 제3자물류 통합, 전환하는 등 경영 효율성 개선에 나섰다.

락앤락은 경영 효율화 과정의 일환으로 지난해 안성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락앤락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회사는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안성공장을 연말까지 가동 중단 및 생산, 물류 외주화를 통보했다. 일주일 뒤 회사는 안성공장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실시하고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희망퇴직은 전 직원 대상이 아닌 일부 118명 직원만 대상이었으며 2024년 1월 말까지 희망퇴직 미신청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4일 영풍빌딩 앞에서 락앤락지회는 부당해고 철회 및 구조조정 중단 촉구 집회를 진행했다. 사진=락앤락지회

안성공장 희망퇴직 대상자 118명 중 9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미신청 인원은 다른 사업 장으로 발령 났다. 이를 제외한 31명은 지난 1월 말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후 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이하 경기지노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는 1월부터 어피니티, 락앤락 본사 인근에서 해고철회 촉구에 대한 집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기지노위에 구체신청한 사항은 오는 17일 지노위에서 심판이 열릴 예정이다.

또 락앤락은 국내뿐만 아니라 올해 중국 락앤락 심천법인(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과 북경법인(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의 청산을 진행하는 동시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심천법인과 북경법인은 중국 내 오프라인 영업법인으로 한국에서 중국 진출 시 통상 한 개의 법인을 만들고 현지에 분공사를 설립하는데 회사는 영업법인을 여러 개 설립해 비효율적인 측면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지역의 경영 효율성 증대를 위해 심천법인과 북경법인을 청산하고 상해법인으로 통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시장은 오프라인이 쇠퇴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락앤락은 앞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락앤락의 누적된 실적 악화가 사모펀드 인수 영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7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락앤락 창업자 김준일 전 회장으로부터 회사지분 약 6300억원을 사들였다. 이후 사업 영역을 확대했지만 국내 사업에서 손실이 지속됐다.

2017년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516억원이였지만 인수 뒤 2018년 영업이익 365억원에서 2022년에는 영업이익 23억까지 줄어들었다.

락앤락은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를 밝히며 “한국과 중국 등 주요 사업지역의 경기둔화에 따른 경영환경의 악화에 대응해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 끊임없는 혁신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실적 개선과 미래 기회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서울사업장 희망퇴직과 관련해 고액 연봉인 사측의 임원과 부장을 채용하면서 (올해 임원 2명, 부장 2명 채용)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어떠한 협의 없이 회사의 일방적인 희망퇴직 시행은 경영 잘못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사측 경영진에게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