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그랩 이사회 합류해 성공 경험 이식

첫 해외투자로 슈퍼뱅크에 10.05% 지분 투자

2024-04-04     한경석 기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사진=카카오뱅크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에 10.05% 지분 투자 중인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이사가 그랩의 사외이사로 합류해 업계의 이목을 끈다. 윤 대표의 이사회 합류는 그가 이끄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지켜본 그랩 측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디지털 은행 ‘슈퍼뱅크’의 새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윤 대표는 지난 1일(현지시간) 그랩의 이사회에 합류해 감사위원회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에 설치되는 소위원회 중 하나로, 기업 경영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윤 대표는 실질적인 감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탄 그랩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윤 대표 합류와 관련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우리의 전략적 비전을 풍부하게 하고 성장과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카카오뱅크와 그랩과의 인연은 지난해 9월 함께한 투자로부터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당시 첫 해외투자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IT기업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싱텔)의 컨소시엄을 최대주주로 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윤 대표는 슈퍼뱅크 투자 당시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전략적인 서비스 제휴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모색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 이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달 기준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카카오뱅크의 슈퍼뱅크에 대한 투자는 57억900만원 규모의 평가손실을 냈다. 슈퍼뱅크의 당기순손실은 196억3200만원이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측은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기 전 인력 충원 등으로 일시적인 비용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랩은 동남아 8개국에서 모빌리티, 배달, e-월렛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싱가포르텔레콤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21개국의 모바일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통신 기업이다.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은 합작을 통해 지난해 싱가포르에 디지털뱅크 ‘GXS’를 설립한 바 있다.

그랩 측에선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온 윤 대표의 디지털 금융 역량이 슈퍼뱅크 경영에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윤호영 체제를 이어왔다. 윤 대표는 지난달 4연임까지 성공했다. 

윤 대표에 대한 신뢰는 카카오뱅크가 기록한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수익 2조4940억4500만원, 영업이익 4784억8500만원, 당기순이익 3549억1200만원으로 2021년부터 각 부문에서 최근 3년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슈퍼뱅크가 설립된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명의 세계 인구 순위 4위 국가다. 세계은행(WB)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15세 이상 인구의 절반 가량은 은행 계좌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적 특성상 1만8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은행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지역이 많다. 또한,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휴대폰 보급률은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인도네시아에서의 디지털 뱅킹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성이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투자를 이끌어낸 상황이다. 윤 대표의 이번 이사회 합류가 앞으로 그랩 및 슈퍼뱅크에 가져올 변화에 주목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윤호영 대표의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을 인정받아 합류한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IT기업인 그랩의 새로운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