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 속 중견 조선사들의 ‘분투기’...올해는 빛볼까
원자재가 인상·인력난·RG 한도 ‘삼중고’ 정부, RG 보증 지원 두배로...숨통 트일까
돌아온 수주 호황에 조선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9년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중소형 선박을 주로 건조하는 중견 조선사들은 마냥 웃기 힘든 처지다.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 소재한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596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로 돌아선 지 1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한 것이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대선조선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끝에 작년 10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604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현재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같은 지역의 HJ중공업 역시 지난해 조선부문에서 13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그나마 대한조선만이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지난해 가시적인 실적을 거뒀다. 대한조선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59억원, 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대형-중형 조선소 간 실적 양극화 심화는 왜 발생한 것일까.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재비하고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 또 대형 조선사들은 (선가가 높은) LNG선 등을 많이 수주해온데 반해, 나머지 조선사들은 일반 상선을 주로 건조해왔다 보니 실적 회복 속도가 비교적 더디다”라고 설명했다.
중견 조선사들 역시 매출은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문제는 영업비용에서 발생했다. 후판 및 기자재 원가가 상승한 것도 크지만, 특히 대형 조선사들조차 앓고 있는 업계 전반의 인력난을 직격타로 맞았다는 진단이다. 적잖은 외주 인건비는 물론 납기 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LD)까지 물어야 했고, 늦어진 대금 수령 시기는 회사의 유동성 문제로 이어졌다.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부족도 해묵은 문제다. RG란 조선사가 정해진 기간 안에 배를 건조하고 발주사에 넘기지 못할 경우, 미리 받은 대금을 금융기관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이를 보증해 주지 않을 경우 조선사들은 수주 자체를 진행하기 어렵다. 추가 수주를 할 여력이 있어도 적은 보증 한도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중형 조선사들의 반등을 위해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 모아 말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형 조선산업은 경제성보다 국가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라면서 “더 이상 중형 조선업계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은 막아야 하며 다방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4년 무역보험 지원확대 계획’을 통해 중소·중형 조선사를 돕는 RG 특례보증 지원 규모를 기존 2000억원에서 올해 4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조선사들도 자생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HJ중공업은 최근 연임에 성공한 유상철 조선부문 대표 체제하 수익성 제고에 전념한다. 특히 회사가 강점을 갖추고 있는 특수선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조선과 함께 KHI그룹 산하에 있는 케이조선도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케이조선은 작년 9월 열린 ‘가스텍 2023’에서 한국선급(KR), 선보공업, 동성화인텍과 ‘12K CBM급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11월 HJ중공업은 핀란드 선박용 엔진메이커 바르질라(Wartsila)사와 8500TEU급 친환경 CCS(탄소 포집·저장) 컨테이너선 개발에 성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