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 나선 정용진 회장…격변하는 유통시장 정면돌파 나서나
신세계, '유통 격변기' 맞아 정용진 중심 리더십 정립 이마트, 창사 이래 첫 적자전환…재도약 방향성 주목 본업 경쟁력 강화·신사업 안착, 정용진 과제로
신세계그룹이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산업 환경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정용진(56) 신임 회장 중심의 리더십을 정립했다. 쿠팡 등이 국내 유통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유통산업의 트렌드가 급변하는 가운데 정 신임 회장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총괄 부회장이 2006년 부회장으로 오른 후 18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대해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 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부연했다.
신세계그룹이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국내 유통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쿠팡은 이제 유통산업 전체로 넓혀봐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 31조8298억원은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29조4722억원을 넘어선다.
쿠팡의 급부상으로 기존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소비자층을 빼앗겼다. 내수 소비의 한계점이 명확한 시점에서 쿠팡이 성장하면서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쇼핑 수요를 흡수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가 이커머스 전환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SSG닷컴과 G마켓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고 부채비율이 급등한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영향이 컸다.
이마트가 반등에 나서기 위해 선택한 것은 정 신임 회장 중심의 리더십 강화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과거 ‘1등 유통기업’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갈림길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승진에 앞서 신세계그룹은 재도약을 위한 체제 재정비를 진행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한발 빠르게 정기 인사에 나서면서 40% 가까운 주요 경영진을 교체했다. 그 과정에서 정 회장이 직접 나서서 영입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물러났고 퇴임했다가 2021년 인사 때 백화점 수장으로 복귀한 손영식 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서 그룹의 콘트롤 타워격인 경영전략실도 개편하면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경영전략실의 역할을 강화해 의사결정과 빠른 실행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도 인사 후 첫 경영전략실 회의에서 “스스로는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만 한다면 그 뒤를 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그룹 전체의 쇄신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정 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는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언급하며 온라인 분야 확장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신세계가 쿠팡의 모델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오프라인 경쟁력 확충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그룹 안팎에 던졌다.
새롭게 이마트 대표로 부임한 한채양 대표도 오프라인 유통 본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에 “한동안 중단한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매각 작업을 철회했다.
이에 맞춰 이마트가 추진 중이던 이마트 중동점과 문현점 매각 작업도 중단됐다. 이마트가 잇단 점포 매각에 나서면서 본업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나섰다.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강도 높은 원가 개선에 돌입하면서 바이어들을 활용해 우수 농가의 과일 상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SSM), 이마트24(편의점) 등 3사의 상품 매입 기능을 통합해 원가를 개선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통합 시너지를 확보하고 마트의 소싱 능력을 활용해 생필품을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 역주행’ 프로젝트다.
이러한 ‘한 끗 차이’를 확보한다는 것이 이마트의 전략이다. 유통 산업 특성상 우수한 상품이라도 한두 달이면 경쟁사가 모방하기 쉽기에 한 끗 차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 회장의 승진으로 인해 앞으로 더욱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재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돼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변화 방향성을 언급하기는 시기 상조”라면서도 “변화 양상이 나타나는 즉시 (언론 등을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