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ps] 인간보다 국가와 민족이 중요한 공포영화…‘파묘’
22일 개봉작
《리뷰―프리뷰》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그에게 이장移葬을 권하고,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팀에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위치한 묘. 이에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나,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는데⋯.
장재현 / 한국 / 134분 / 20일 언론배급시사회 / 메가박스 코엑스
‘검은 사제들’에서는 신神을 믿고, ‘사바하’에선 신에게 묻던 장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그 신이 보이지 않는다. 신도 종교도 없으니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이입도 더디기만 하다. 대신 ‘파묘’라는 제목대로 새 주인공은 묫자리. 어떤 묫자리를 쓰냐로 발현되는 민속신앙의 길흉화복에만 집중한다. 국내 유일 ‘오컬트’ 전문 감독답게 알싸한 분위기가 으뜸이고, 그 매캐한 어둠이 내내 가슴을 찌른다. 영의 흐느끼는 소리에, “악지 중의 악지”란 묫자리에, 빙의는 예사고 피까지 토악질한다. 지금 당장 극장에 가 공포영화가 보고 싶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 특히 ‘사바하’에 못 미치는 이유는 캐릭터만 있고 사람의 살냄새가 없다는 데 있다. 땅을 찾고, 혼을 달래고, 망자에 예를 갖춘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직업윤리 혹은 호국의식만 있을 뿐 삶에서 피어난 고민이 없다. 총 6장으로 구성됐고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는데, 후반부는 심령이 아닌 파괴에도 집중해 과장하자면 액션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감독은 민족의 한恨을 파묘하고 싶었다지만, 극 중 영근의 말대로 너무 대의에만 집중하다 갈피를 잃은 느낌이다. 조사한 게 많았는지 하려는 말도 많다. 배우 최민식은 소시민과 베테랑 사이서 중심을 잘 잡다가, 역할이 이야기에 끌려갈 때는 대배우인 그조차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인다. 김고은은 무엇이 진짜인지 종잡을 수 없다. 대살굿을 할 때는 또래 중 이런 배우가 또 없는데, 영도 없고 굿도 안 하는 일상연기에서는 왜인지 최민식과 서로 겉돈다.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