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차기 리더십 선출 앞두고 사외이사 논란 증폭

차기 사장 선출할 이사진, 외유성 출장 논란 규제회피성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행동주의펀드, KT&G 거버넌스·독립성 비판

2024-01-26     신용수 기자
KT&G가 9년 만에 새로운 대표 선출을 앞둔 가운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KT&G 본관 건물. 사진=연합뉴스.

KT&G가 9년 만에 새로운 대표 선출을 앞둔 가운데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비롯해 규제 무마를 위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독립성이 약한 거버넌스(관리체계) 등 이사진 관련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인 사외 이사진이 차기 사장을 뽑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 날카로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지배구조위원회(지구위),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주주총회 승인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3월말쯤 새로운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임 절차를 맡은 KT&G의 사외이사는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사장(이사회 의장), 김명철 스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엔터프라이즈(SEE) 고문,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손관수 한국자동차경주협회장, 이지희 더블유캠프 대표 등 6인이다. 선임 1단계격인 KT&G 지배구조위원회에는 고윤성 교수를 제외한 5인의 사외이사가 포함됐다.

KT&G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11일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등 24명을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으로 확정했다. 이달말 사추위에 추천할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KT&G 사추위는 심사를 거쳐 다음달 중순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2차 숏리스트)를 선정해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며 다음달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차기 사장을 뽑게 되는 지배구조위, 사추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사외이사의 선택에 따라 차기 사장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인사검증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KT&G 사외이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먼저 KT&G가 매년 회삿돈 수천만원을 들여 사외이사들에게 외유성 해외 출장을 보냈다는 의혹이 나왔다. KT&G 사외이사들은 2012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일주일 가량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이들에게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료를 지원하고 별도 식대·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하루 500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업무를 위해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면 큰 문제가 없으나 사외이사 중 일부가 출장지에서 업무와 무관한 유람선 관광을 하거나 배우자를 데려가는 등 외유성 일정을 소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T&G 측은 사외이사 해외 출장 논란에 “자사는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 해외 판매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사외이사는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 제기가 된 사례들은 2012년과 2014년 사안으로 현직 사외이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T&G가 2017년에 일부 직원들을 동원해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정치권에서 담배 관련 규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KT&G가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KT&G가 조직적으로 쪼개기 후원에 나서면서 직원들에게 지시한 메시지, 후원금 내역 등이 담긴 내부 문건 등이 폭로됐다.

KT&G의 논란을 사전에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체에 대한 논란이 연일 터지고 있다. 게다가 사외이사 모두가 백복인 현 사장의 재임 기간인 2018~2021년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현 체제의 입김을 크게 받는다. 백 사장 본인은 4연임을 앞두고 용퇴 의사를 밝혔으나 영향력 자체는 유지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KT&G의 지분 약 1%를 소유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사장 선임 절차와 이사진의 감시 감독이 소홀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FCP는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가 백 사장 임기 내 선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실상 동일한 집단”이라고 비판한다.

또 FCP는 KT&G 전·현 이사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2001년부터 이사회 이사들이 KT&G 자사주 1000만여주를 소각 및 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KT&G는 사외이사 논란에 이어 미국 법무부로부터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과 관련한 조사도 받고 있다. KT&G가 미국 식품의약국에 부정확한 서류를 제출하고 임의로 정보를 변경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파장이 커졌다.

미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KT&G가 미국 주 정부에 낸 장기예치금 1조5000억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통보나 제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회사 차원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