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LAC가 뭐길래...韓 조선 빅3 연초부터 ‘수주 랠리’
친환경 연료·수소 캐리어로 암모니아 주목 “향후 10년간 VLAC 200여척 필요할 것” 내년에는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전망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잇따라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으로 새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이번 계약을 포함해 최근 두 달간 수주한 VLAC가 7척에 달한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달에만 11척의 VLAC 수주를 따냈다. 암모니아가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를 실어 나를 VLAC 수주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3대 국내 조선사가 올해 들어 수주한 VLAC는 총 15척이다. 이들 3사는 지난해 전 세계에 발주된 VLAC 21척 중 15척을 수주했는데(HD한국조선해양 8척·한화오션 5척·삼성중공업 2척), 1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년도와 똑같은 척수의 VLAC 수주에 성공한 셈이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암모니아는 그 자체로도 친환경 연료로 꼽히지만, 수소를 운반하기 위한 ‘캐리어’ 역할로서 특히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선 대용량의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선결적으로 확보돼야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게 바로 암모니아. 하나의 질소(N)에 세 개의 수소(H)로 이루어진 암모니아(NH3)에서 수소만 분리 추출하는 방식 등이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암모니아는 수소경제 시대로 향하는 ‘징검다리’로 여겨지고 있으며, 자연스레 암모니아 운반선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이사는 “VLAC는 향후 10년 동안 200여척이 필요하고 2050년까지는 1200척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암모니아를 운반하는 선박뿐만 아니라, 이를 직접적인 연료로 활용하는 암모니아 추진선도 본격적인 등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가 한층 엄격한 탈탄소화 규제안을 발표함에 따라,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선박을 원하는 선주들의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IMO는 작년 7월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 80차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50% 저감’이었던 기존 2050년도 목표를 ‘탄소중립 달성’으로 상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의 ‘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암모니아는 2050년 전체 선박 연료의 46%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도 경쟁적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전념하고 있다. 2020년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에 대한 영국 로이드선급 기본인증을 획득했으며, 작년에는 LPG선용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에 대한 기본인증을 얻었다. 지난 10월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한 HD한국조선해양은 연내 ‘암모니아 추진 대형 엔진 개발’ 과업을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로이드선급, 만에너지솔루션즈와 함께 2020년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콘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얻은 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나선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제시하며 그룹의 탈탄소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화는 암모니아만으로 운항 가능한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9년 7월부터 글로벌 주요 선사·선급·엔진 제조사와 공동으로 암모니아 추진선 기술을 개발해 왔다. 작년 6월부터 거제조선소 내 짓고 있는 암모니아 종합 연구개발 설비는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암모니아 추진선 관련 기술들의 성능 평가와 신뢰성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를 따낸 선박 중 상당수는 ‘암모니아 듀얼 퓨얼 레디’로 건조될 예정이다. 해당 선박들의 경우 향후 선주가 희망하면 암모니아 추진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 방식이다. 업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 시기는 내년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