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 요구 논란...‘여권 분열’인가 ‘기획’인가?
친윤계, 한동훈 비판...“김건희 여사, 사과해선 안된다” 이준석 대표 “‘윤-한의 약속대련’...애초에 기획”
대통령실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권이 분열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에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친윤계, 한동훈 비판...“김건희 여사, 사과해선 안된다”
지난 21일 대통령실은 이관섭 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즉각 “사퇴요구를 거절했고, 선민후사하겠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위원장 사퇴 요구에 힘을 싣고 있어 해당 논란이 쉽게 사그라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여권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는 상황이었다. 한 위원장 측이 “사과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사과해선 안된다”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실장을 지낸 ‘친윤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여당 의원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단체 대화방에 “사과를 하든 안 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 “사과하면 선거 망치는 길이며, 이런 마타도어에 속으면 안 된다”, “사과와 용서는 정상적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하는 것이며, 좌파들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등의 보수 유튜버의 발언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22일 한 위원장을 겨냥해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위원장을 겨냥하며 “그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여권의 강성지지층이 보내는 환호와 열성에 도취했다”며 “급기야 그가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강하게 걸기 시작했고, 그것이 만든 환상에 완전히 젖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초에 나는 한 위원장을 옹립하려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며 “여권에 저토록 사람 보는 눈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깊이 낙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들 그가 법무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한 것으로 말들 하지만 나는 일관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해왔다”며 “대야 투쟁의 점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법무 장관이 대야 투쟁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과의 성공적 투쟁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보검인 양 이를 하늘에 휘두르며 자랑했다. 이것은 심한 착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윤석열-한동훈 약속대련’...애초에 기획”
전 국민의힘 대표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두고 ‘기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실장을 보낸 건 약속 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약속대련’은 태권도에서 두 사람이 공격과 방어에 대해 사전에 약속된 방법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자기들 딴에는 ‘약속대련’인데, 이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당시 박근혜 비대위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한다”면서 “박근혜와 한동훈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그렇게 효과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이 30% 나오는 상황에서 그 30%를 갖고 자기들끼리 ‘친윤(친윤석열)’이니, ‘친한(친한동훈)’이니 갈라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아무리 싸우는 척해도 중국집에 (번호만 다른) 전화기 두 대 있는 느낌밖에 안 난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