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감독 ‘윤희에게’ 감독이 만나 코엔 형제가 된 사연
‘LTNS’ 제작발표회…섹스리스 부부의 불륜 추적기 전고운 감독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이 진짜”
“공동작업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새로운 형식이 참 즐거웠거든요. 다른 점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서로 통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끼곤 했죠.”
전고운 감독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티빙 ‘LTNS’ 제작발표회에서 임대형 감독과의 협업에 관해 “좋은 그림”만을 목표로 했다며, 배려보단 솔직한 표현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전 감독과 매일 같이 함께한 임 감독도 이에 화답하며,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일 정도로 이 드라마를 통해 서로 많은 걸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면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작품에 대한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각각 영화 ‘소공녀’와 ‘윤희에게’로 컬트적 인기를 끈 두 감독이 돌아온다. 장편 기준 이번에 임 감독은 4년여, 전 감독은 6년여의 긴 공백기를 끝냈다.
‘LTNS’는 짠한 현실에 섹스마저 소원해진 우진이솜 분·사무엘안재홍 분 부부가 주인공인 드라마. 이들이 불륜커플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웃기면서도 처절한 이중생활을 그린다.
거금을 주고 산 집값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돈도 없고 남편과는 관계도 없는 삭막한 현실에 지친 우진. 그가 호텔서 만난 불륜남녀를 이용해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감독은 그 주파수를 조율하는 과정서 코엔 형제의 ‘번 애프터 리딩’을 보다 블랙 코미디를 떠올렸다고 했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자극과 풍자를 넣고 싶었다는 것이다.
“불륜에 섹스에, 이 모든 게 자극적이고 파격적으로 들리실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가 진짜 다루고 싶었던 건 관계든 직업이든 꿈이든 저마다의 뜨거웠던 한때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초상이었죠.” 전 감독의 변辯. 옆에 있던 임 감독이 거든다. 그는 “우리가 보지 않으려는 삶의 이면까지 보여주기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에 이런 주제를 소재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이솜이 불륜 쫓는 호텔리어이자 냉소적인 아내 우진 역을 맡았다. 그간 겉은 차갑지만 속내는 따듯한 소위 ‘겉차속따’ 역할을 맡아 온 것에 관해 이런 연기가 부부로서는 처음이라고 강조한다. “우진은 이중적이에요. 비즈니스적인 얼굴과 집에서의 얼굴이 서로 다르거든요. 가장으로선 근엄하고 공격적인 그 차이를 과장되게 대비시키고 싶었습니다.”
배우 안재홍이 감성적인 남편이자 택시기사인 사무엘을 연기한다. 갈수록 사나워지는 아내의 모습이 두려워 잠자리마저 피하다 아내가 가져온 새 사업 아이템을 접하는 인물이다.
아직 미혼이기에 유일한 기혼자인 전 감독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는 그는, 섹스리스 부부 역을 맡은 만큼 배역이 말에 칼날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며 신을 구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말의 뉘앙스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죠. 어미가 반 정도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굉장한 밀도를 요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안재홍은 전 감독과 임 감독이 극본뿐 아니라 연출도 매회 공동으로 작업했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독창적인 전개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요약했다.
드라마는 오는 19일 1, 2회가 공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