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레고켐바이오 ‘올인’...재무출혈·수익성악화 우려 증대

작년 3Q 현금 4300억, 단기예치금 7300억원대...“절반 투입” “실적 가시성 크게 낮아질 것” vs “100억원대 손실 불과”

2024-01-16     김건우 기자
오리온 본사 전경(사진=오리온)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위해 재무적 역량을 총동원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유동성의 절반 가량을 투입하는 재무적 출혈이 불가피한 가운데 수익성 악화까지 겹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리온은 5484억9409만7000원을 투자해 레고켐 주식 936만3283주를 취득한다. 기존 최대주주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해 구주 140만주를 786억6040만원에 양수하며, 유상증자 4698억3369만7000원 납입을 통해 신주 796만3283주를 얻게 된다. 인수대금은 3월 29일 일괄 납입될 예정이며, 인수 주체는 오리온 종속회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다.

취득 후 오리온 측의 지분율은 25.73%가 된다. 레고켐의 기존 최대주주인 김용주, 박세진의 인수절차(M&A) 완료 후 지분율은 각각 4.31%(122만6428주), 0.64%(18만1528주)다.

이로써 레고켐바이오는 막대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보유현금 736억원에 총자산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었다. 무려 총자산의 3배 가까운 자금이 납입돼 성장을 위한 동력을 갖춘 것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2조원대 기술이전으로 단일물질 중 최대 규모 기록을 달성했다.

박세진 레고켐 사장은 “자율적 경영을 보장받으며 ‘비전2030’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전2030은 레고켐의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매년 5개 이상의 후보물질 발굴 및 5년 내 최소 5개 이상의 추가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반면, 오리온은 이번 M&A를 위해 보유 유동성의 절반가량을 투입하는 재무적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말 오리온 그룹의 연결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은 4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인수자금 대비 1500억원 정도가 부족하다. 부족분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단기금융예치금 7343억원 등 유동화가능 자산을 현금화해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 대비 성과를 가시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는 M&A인데 반해 레고켐바이오의 성장성엔 의문 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레고켐의 성장을 전제로 고려해도 투자한 만큼의 성과가 나올 것인지 효율성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고켐은 순익 측면에서 적자폭을 키우는 양상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매출액은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239억원) 대비 4% 증가에 그쳤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575억원으로 전년 동기(195억원 순손실)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오리온 자체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해 3분기말 연결 기준 오리온의 지분법이익은 4억9815만1035원에 그쳤다. M&A 후 레고켐의 수백억원대 적자가 연결 기준으로 회계 처리되면 오리온의 지분법 평가손익은 단숨에 수백억대 손실로 전환할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 이상 하향조정돼 전사의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이날 오리온의 레고켐 지분인수가 단기적으로 오리온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안정성 면에서 강점을 지닌 제과업체가, 결이 다른 바이오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 포인트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온의 이번 M&A는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단순 투자”라며 “실질적으로 지분법이익 또는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차익을 기대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성과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시장 분위기”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