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꽉 쥔 김연수의 한컴, 국민 기업 넘어 ‘글로벌 빅테크’ 향한다

김연수 대표 “5년 이내 글로벌 빅테크 편입” 사업 전략 발표회서 ‘한컴 어시스턴트’ 공개 명령하면 문서 생성 도와...내년 상반기 베타 파트너사와 연대하는 ‘한컴얼라이언스’ 발족

2023-11-28     채승혁 기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28일 열린 AI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동명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오랜 기간 ‘국민 기업’ 자리를 지켜온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인공지능(AI) 사업을 본격화한다. 30년 넘게 누적해온 한컴문서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유수의 파트너사들과 적극 협력해 거대한 AI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다.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컴의 AI 사업 전략 발표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김연수 대표가 직접 나서 회사의 신규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2021년 대표에 오른 그가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취임 당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우주·항공 기자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는 “내년은 한컴의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에 선보이는 ‘한컴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고객·산업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맞춘 자동화 업무를 수행하는 한컴만의 IA(지능형 자동화)를 통해 관련 시장을 계속 공략해 나가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한컴은 국내뿐 아니라 협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려 한다”라며 “지능형 자동화 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데 이바지하며 5년 이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편입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환 한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8일 열린 AI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 ‘전 세계 유이(唯二)’ 스크립트 엔진 보유한 한컴표 ‘코파일럿’

이날 한컴은 AI를 활용한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가칭)’ 출시 계획을 공표했다. 내년 상반기 베타 출시를 목표하고 있는 한컴 어시스턴트는 스마트 문서 작성 엔진을 기반으로 여러 LLM(대형언어모델)과 연결돼 동작하는 AI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다. 자연어로 명령하면 LLM을 거쳐 내용을 이해하고 의도를 분석해 자동으로 문서 생성을 돕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내놓은 생성형 AI 비서인 코파일럿과 유사한데, 한컴은 MS와 함께 스크립트 엔진을 보유한 전 세계 유이(唯二) 기업이다. 한컴 어시스턴트는 바로 이 스크립트 엔진을 활용해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기 때문에, 단순히 LLM을 연동하는 수준의 여타 서비스들보다 고도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 코파일럿과의 차별점을 놓고 정지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고객이 문서를 작성할 때 의도한 부분을 파악해서 돕는다는 방향성은 유사하다. 다만 그간의 오피스 경쟁에서도 저희가 국내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유연한 대응을 하고 기술인프라로 적극 협력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었는데, 한컴 어시스턴트가 출시되면 그 부분이 유효한 차별성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컴은 자사 AI 기술과 SDK 기술들을 결합한 문서 기반 질의응답 시스템 ‘도큐먼트 QA(가칭)’ 개발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고객이 보유한 문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해 자연어로 답변하는 방식이기에, 정확도를 한층 높이고 환각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구축형으로 제공해 고객 정보를 보호하고, 사용 목적에 최적화한 경량형언어모델(sLLM)을 활용해 고객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한컴얼라이언스 발족 후 파트너사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글과컴퓨터

◆ 한컴얼라이언스 공식 출범...국내외 파트너사들과 연대 구축

한컴은 한컴 어시스턴트 출시 계획과 함께 국내외 유수의 파트너사들과 연대하는 ‘한컴얼라이언스’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한컴얼라이언스는 한컴과 파트너사들이 자체 기술과 영업력 및 사업 기회를 공유하는 협력체다. 경쟁 대신 국내외에서 상생하며 함께 성장하는, 한컴의 AI 사업 전략 방향성이 고스란히 담긴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한컴은 얼라이언스 참여사에 기술을 지원하고 다양한 권한을 제공하는 등 특별 혜택을 마련하는 한편, 자사 기술력과 강점을 파트너사들의 기술과 결합해 차별화한 가치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컴의 지능형 자동화 사업은 특정 사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뿐만 아니라 금융과 의료부터 보안까지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부품’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파트너사들과의 ‘협력과 상생’을 거듭 강조한 김 대표는 “기존에 한컴이 쫒아가야만 했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단일시장에서 벗어나면서, 한컴이 대응가능한 시장 역시 복수의 여러 시장으로 변화하게 됐다. 저희 기술을 필요로하거나 상호보완할 수 있는 해외의 다양한 솔루션 기업들을 적극 물색하고 협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알렸다.

이를 위해 한컴은 오늘날 회사의 성장 기반이 된 M&A(인수합병) 전략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현재 유럽에 있는 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근시일내에 구체적인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컴의 신규 CI.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우리의 기술과 파트너사의 기술을 연결하는 ‘기술기업 한컴’의 새로운 정체성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5년 내 글로벌 빅테크 반열에 오를 것...사상 첫 중기 주주환원 정책 공개

‘5년 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진입’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힌 김연수 대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놓고 “특정 분야 고객의 주문을 받는 버티컬한(특화된) 회사 보다는, 여러 곳에 핵심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 회사로서 저희가 대응 가능한 기술과 시장을 늘려가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회사 내적으로는 5년 안에 국내 자산 규모로 ‘대기업’ 반열에 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일본을 시작으로 2년 내 주요 현지 사무소를 두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부친인 김상철 회장을 둘러싼 비자금 조성 이슈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저를 포함한 한컴 경영진과 법인과는 무관하고, ‘아로와나코인’ 프로젝트가 잘못되더라도 저희 법인과 경영진에게는 실이 될 것이 없다. 혹시나 프로젝트가 잘 되더라도 마찬가지로 저희가 득이 될 것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한컴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하루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도 간담회를 진행하고 사상 첫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매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25~30%를 배당으로 환원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자기주식 취득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컴은 2018년 이후 배당을 시행하지 않았으나, 2년 전 김 대표 취임 이후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작년에 100억원 규모 자기주식을 취득하는가 하면, 올해 7월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5.6%에 달하는 200억원 상당의 자기주식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