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맨’ 권영수, 44년만의 퇴진…세대교체 바람
권영수·차석용·박진수·한상범·조성진·하현회 등 6인방 모두 떠나 60~70년대 젊은 임원 전면 배치…그늘 벗어난 구광모 시대 열린다
44년 ‘LG맨’ 권영수 부회장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물러나기로 하면서 구본무 선대회장의 그늘이 완전히 걷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휘봉은 ‘젊은 피’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이 잡게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1979년 LG전자 입사 후 44년 만이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대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부회장, LG 부회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21년 11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돼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LG 배터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회사 측은 “취임 당시 200조원 안팎이던 수주 규모를 500조원까지 늘렸다”며 권 부회장 사임을 ‘아름다운 용퇴’라고 표현했다.
권 부회장은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전 ㈜LG 부회장 등과 함께 구광모 LG시대를 여는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이들 6인방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의 그룹경영 권한을 존중하면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다가 2018년 6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 그해 11월 박진수 전 부회장을 시작으로 2019년 9월 한상범 전 부회장, 2019년 11월 조성진 전 부회장, 2020년 11월 하현회 전 부회장, 2022년 11월 차석용 전 부회장, 2023년 11월 권영수 부회장 순으로 그룹을 떠났다.
이로써 구광모 회장은 선대회장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재계에서는 LG그룹에도 본격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LG에너지솔루션 인사에서 1950년대생 임원 전원이 회사를 떠났으며, 1960년대 중반 1970년대 초반 임원진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권 부회장 바통을 이어받아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끌게 된 김동명 사장은 1969년생이다. 2020년부터 자동차전기사업부장을 맡아 배터리 수주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해 정기 인사 때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또 승진한 최승돈 부사장, 김제영 전무, 오유성 전무, 이강열 전무 등은 모두 1970년대생이다. 장승권 전무는 1969년생이다.
LG그룹은 22일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임원 인사에 이어 23일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 인사를 실시하고, 24일에는 LG전자 임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진의 젊은 세대 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른 계열사에서도 더 젊은 임원들이 전면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