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부터 항공기까지 ‘K-방산 패키지’ 폴란드展 총출동… “2차 계약 가능성은 희박”

LIG넥스원·KAI·한화·현대로템·풍산, ‘MSPO 2023’ 참가 유럽 시장 본격 진출에 무게

2023-09-04     박민규 기자

‘K-방산’ 대표 주자들이 ‘폴란드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MSPO) 2023’에 대거 참가한다. ▲FA-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의 대규모 폴란드 수출이 성사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외에 직접적 수출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는 기업도 다수 출사표를 낸 만큼, 올해 MSPO는 K-방산 차원의 마케팅 무대로 보인다. 최대 고객과의 협력 강화는 물론,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본격 진출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LIG넥스원과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풍산은 오는 5일부터 8일까지(현지 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개최되는 MSPO 2023에 참여한다고 4일 밝혔다.

1993년 시작돼 올해로 31회를 맞는 MSPO는 동부 및 중부 유럽 내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로, 유럽 지역 전시회로는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무역 전시회에 이어 3위 규모다.

국내 기업들의 MSPO 대거 참가는 대한민국이 올해 주도국으로 선정된 데 따른 걸로 분석된다. 폴란드 국방부와 국영 방산 그룹 PGZ가 공식 후원하는 이 전시회는 매년 주도국 1곳을 정해 개막식 축사부터 고위급 대담, 세미나 등까지 공동 진행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MSPO 주도국으로서 참여한 바 있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각각 K2과 K9 2차 계약을 고대 중인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폴란드향 추가 수출을 도모하는 한편, 다른 국가 군·정부 핵심 관계자들과도 만나 외연 확장에 나설 걸로 분석된다. 폴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우 벌써 다음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2차 수출 계약이 이번 MSPO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주된 시각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전시회라 협상과는 무관하다”며 “연내 타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번에 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최대 고객 버프로 국산 항공기 마케팅 힘 받는 KAI

작년 폴란드와 FA-50 48대 계약으로 약 4조원의 수주 잭팟을 터뜨린 KAI는 중유럽,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회원국들을 겨냥 중이다.

KAI는 폴란드향 우선 공급 물량 12대 외 나머지 계약분인 ‘FA-50 PL(Poland)’을 비롯해 잠정 전투 적합 판정을 받아 성능이 입증된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 KF-21, 첫 수출을 타진 중인 소형 무장 헬기(LAH) 등 차세대 주력 기종들로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FA-50 PL 경우 현존하는 최고 사양 FA 50의 성능 개량 버전으로,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해 2025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순차 납품될 예정이다. 공대공 및 공대지 무장 업그레이드, 공중 급유 기능에 따른 항속 거리 증가, 능동 위상 배열 레이더(AESA) 장착 등을 통한 성능 전반의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KAI는 전투기 교체 수요가 있는 유럽국 대상의 국산 항공기 마케팅에 매진하기로 했다. FA-50으로 폴란드 전투기 세대 교체가 이뤄지며 한국산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회사는 KF-21의 우수성과 확장성를 홍보하기 위해 전시장 내에 유무인 복합 체계 존을 구성하고 6세대 전투기로의 진화 가능성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이미 FA-50을 도입한 고객이 여는 전시회인 만큼, 다른 나라들에도 더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한화 “육해공 넘어 우주까지”, 다수 차세대 무기 ‘첫 선’

'폴란드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MSPO) 2023' 한화 부스 조감도.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에서는 방산 계열 중간 지주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도 동참, 한국관 정중앙에 375㎡ 크기의 대규모 통합 전시관을 꾸린다. 이번 전시회의 경우 한화오션이 올 5월 한화 편입 이후 방산 계열사들과 처음으로 동반 참가하는 국제 행사기도 하다.

한화는 방산 계열사 통합과 한화오션 편입을 통해 종합 방산 업체로 거듭난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까지 망라하는 첨단 무기 체계들로 고객 스펙트럼을 넓히고 K9과 다연장 로켓포 ‘천무’의 뒤를 이을 유럽 수출 신화를 쓰겠다는 포부다.

특히 한화는 다수 차세대 무기를 처음 공개하기로 하면서, 이번 전시회를 핵심 세일즈 무대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전시관 중앙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체계 개발이 진행 중인 미래형 국방 로봇 무인 수색 차량에 지대지 유도탄인 천검을 장착한 무기 체계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해당 무기는 국경선이 긴 유럽 지형을 고려해 인력 배치가 어려운 지역에서 병사 대신 수색 및 정찰, 경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 가능하다. 정찰 자산이 적 전차의 위치 정보를 전달하면, 운영자는 무인 수색 차량을 조종해 천검 사거리 내 적을 타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작전 거리도 대폭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도 국내 양산을 앞두고 외부에 처음 공개, 종전 이후 민간인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럽의 미래를 재건하기 위한 기술로 소개된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병력이 직접 장비를 들고 지뢰를 탐지하는 데 반해, 병력 투입 없이 신속하면서도 안전하게 지뢰를 찾아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 장비라는 설명이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의 안보 수요에 맞춰 지난 7월 호주 정부가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한 레드백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장갑차 도입을 계획 중인 국가들에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한다.  

폴란드는 물론 네덜란드, 캐나다 등 전 세계의 잠수함 교체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도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 모형을 전시해 해양 방산 시장을 공략한다. 이 모델은 세계 두 번째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디젤 하이브리드 잠수함으로, 기존 납축 전지 적용 때보다 잠항 시간이 3배 늘었다.

한화시스템은 해저 지형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합성 개구 소나(SAS) 자율 무인 잠수정(AUV)’, 뿌연 바닷속에서도 3차원 지형을 그릴 수 있는 ‘측면 주사 소나(SSS) AUV’를 선보인다. 군집으로 운용되는 AUV는 무인 수상정과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수색·정찰 임무를 입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우주에서의 정찰 솔루션으로 최악의 조건에서도 육해공 무기체계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해 ‘미래형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최적의 기술도 공개한다. 저궤도 위성으로 전시·재난 상황에서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소형 SAR 위성은 악천후에도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

더불어 한화는 늘어지고 있는 K9 2차 계약이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속도가 붙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회사 측은 “이번 전시회에서 한-폴의 신뢰를 기반으로 차세대 협력사업을 기대한다”며 “2차 수출이 빠르게 이뤄져 한국산 무기체계가 유럽을 거점으로 자유 진영 안보에 본격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상반기 폴란드에 유럽 법인도 설립하기도 했다. 2차 계약이 이뤄지면 폴란드 현지 생산을 통해 급증하는 유럽 수요에 대응하는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 현대로템, K2 2차 계약 모델 어필 전망

현대로템은 K2와 차륜형 장갑차를 비롯해 구난 전차와 장애물 개척 전차 등의 우수성 홍보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홍보 활동을 강화할 게획이다.

특히 현대로템은 K2 2차 계약을 논의 중인 만큼, ‘폴란드형 K2(K2 PL)’ 홍보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회사는 폴란드 수출용 K2로 ‘K2 갭 필러(Gap Filler)’와 ‘K2 PL’ 2개 버전을 두고 있다. 갭 필러는 신속 납품을 위해 우리 군이 사용하는 모델을 최소한의 설계 변경을 거쳐 폴란드 현지용으로 만든 버전이고, K2 PL은 폴란드 요구를 반영해 설계되는 모델이다.

현대로템은 K2 1000대 가운데 지난해 긴급 소요분 180대에 대한 1차 계약을 맺었고, 연내 공급해야 하는 물량까지 28대를 이미 출고한 상황이다. 나머지는 내년 56대, 2025년 96대 납품될 예정이다.

‘흑표(블랙 팬서)’로도 불리는 K2는 육군의 주력 전차로 2014년부터 실전 배치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전차 중에서도 최상위급 기동성과 화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K2는 1500마력의 고출력 엔진을 장착해 포장도로에서 시속 70km, 야지에서는 50km로 달릴 수 있고, 실시간 궤도 장력 제어 장치로 궤도 이탈을 방지하는 등 기동력이 뛰어나다. 산지가 많고 험준한 지형에서 다양한 사격 각도를 확보할 수 있고, 수심 4.1m까지 잠수 도하가 가능한 점도 K2의 특징이다.

K2에 탑재된 120mm 활강포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대다수 전차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화력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동 장전 장치를 적용해 단 3명의 승무원으로도 임무를 수행하고, 기동 중 6초 이내 재사격이 가능하다.

아울러 K2에는 미사일을 유도해 교란하는 소프트 킬과 직접 적 무기 체계를 타격하는 하드 킬을 모두 갖춘 능동 방호 시스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피아 식별 장치, 이동하는 목표를 자동 추적해 사격하는 등 첨단 기술도 활용됐다.

◆ 유도 무기, 탄까지 패키지로 유럽 공략 나선 K-방산

'폴란드 국제 방위 산업 전시회(MSPO) 2023' LIG넥스원 부스 조감도. 사진=LIG넥스원

폴란드에 수출되는 국산 무기 체계들에 유도 무기, 탄 등을 공급함으로써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들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 K-방산 유럽 시장 확대에 가세한다.

LIG넥스원은 FA-50에 탑재되는 한국형 GPS 유도 폭탄(KGGB)과 KF-21의 핵심 무장인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 다양한 유도 무기를 소개한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 아래 LIG넥스원이 개발한 KGGB는 FA-50 외에도 다양한 항공기에서 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폭탄으로, 원거리 공격과 주야간 전천후 정밀 공격은 물론 GPS 교란 대응도 가능하다. 장거리공대지유도탄 또한 국방과학연구소 주도 하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공중 발사 유도탄으로, 수백km 떨어진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밖에 LIG넥스원은 대표 유도 무기인 ‘신궁’과 보병용 중거리 유도 무기 ‘현궁’을 전시하고, 나아가 공격용 드론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으로 첨단 기술 역량도 선보인다.

K2와 K9에 들어가는 탄을 제조하는 풍산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 곡사포탄과 전차탄을 중심으로 각종 소·중·대 구경탄을 전시한다.

특히 120mm 전차탄은 다양한 무기 체계에 적용 가능한 호환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풍산은 최근 개발에 성공한 155mm 곡사포탄과 사거리 연장탄도 선보인다. 

155mm 사거리 연장탄 사용 시 K9의 사거리는 기존 40km에서 60km까지 50% 증가한다. 사거리 증대로 더 먼 적지 종심 지역 표적도 실시간 타격할 수 있어, 생존성 향상과 폭넓은 작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