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설립 탄력받나...시민단체도 “서둘러야”
지역 정치권 향해 “공론의 장 형성하라” 촉구
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 및 관련 설비 건설이 그간 일부 포항 지역사회의 반발에 봉착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으나, 찬성 입장을 밝힌 시민단체들이 하나둘 등판해 되려 지자체에게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와 ‘탄소중립실천 포항시민연대’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와 지역 의원들을 겨냥해 “탄소중립 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수한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광석으로부터 산소를 분리해야 한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바로 ‘환원제’다. 기존 용광로(고로) 공정에서는 환원제로 석탄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쓰고 있으며, 이 과정 속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게 된다.
반면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환원제로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만큼, 획기적인 탄소 감축을 기대할 수 있어 사실상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철강업계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전 단계에 해당하는 ‘파이넥스(FINEX)’ 설비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어 빠른 상용화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2030년까지 상용화 검증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당장 포항제철소 내 공장 부지는 포화 상태에 놓여있는 상태로, 수소환원제철 및 관련 설비 건설을 위해서는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에 135만㎡(41만평) 규모의 매립이 필요하다는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가 목표하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실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용지 조성 사업을 내년 4월까지 착공한 후, 2041년까지 완료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6월과 7월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합동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했으나, 시민·환경단체들이 단상을 점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며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포항 일부 시민단체가 이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단상에 오른 시민단체는 탄소중립 시대에서 철강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서는 철강산업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면서 “이제까지 포항시민들의 젖줄이었고,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포스코 철강산업을 일몰시키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성찬 지속가능사회연구소장은 “제가 (그간) 포스코에 대해 비판적이던 사람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하다”라면서도 “수소환원제철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해야 탄소제로 시대에 포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포항시가 탄소중립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포스코를 빼놓고 탄소중립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고 되물으며 수소환원제철소와 관련된 충분한 공론의 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손종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우리도 환경을 생각하니 수소환원제철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겠나”라면서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면 토의를 하고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대 관건은 매립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의 절충안을 찾는 것이 될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는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한 후 2024년까지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를 완료하고, 2028년까지 연산 1000만톤(t)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후 2031년에 수소환원제철 전용 고로를 본격 착공하고, 2050년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