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방어 위한 근본적 방안 마련 시급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지난 15일은 제 31회 스승의 날이었다. 학생들에게 축하 받아 마땅한 이날, 교사들은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었다.

교사들은 연일 터져 나오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신음하고 있는 중이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지만, 학생들은 이제 그런 말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최근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욕설, 폭행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교권은 이미 붕괴된지 오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을 위해 교단에 선 교사들은 “제발 오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텐데”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난 1일 오전 10시50분경 부산 K중학교에서는 복장불량 지도에 나섰던 여교사가 여중생에게 폭행당해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K중학교 박모(47·여)교사는 2학년 A양의 복장불량에 대해 벌점을 줘야 한다며 A양의 손을 잡고 교무실로 끌고 가려다 폭행을 당했다.

A양은 박 교사의 손을 뿌리친 뒤 욕설을 하며 심하게 반항했다. A양의 반항은 욕설에서 그치지 않았다. A양은 박 교사의 뺨을 수차례 가격하고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박 교사는 결국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다. 

또 지난 3월 대구에서도 교사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오전 9시30분경 대구 서구의 한 중학교 3학년 B양이 영어수업 중 여강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B양은 수준별 영어수업 교실에서 계약직 영어강사 C(29·여)씨의 얼굴 부위를 양손으로 수차례 때리고 허벅지를 발로 찬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이 폭력을 휘두른 이유는 수업 중 떠든다는 이유로 C씨에게 칠판지우개로 머리를 두 차례 맞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학생이나 학부모의 교사 폭행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 돼버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11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모두 287건으로 지난 2010년(260건)보다 다소 증가했고 2007년에 비해서는 1.5배 증가한 수치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가 총 115건(40.0%)으로 가장 많았다. 

또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 중에서는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등의 피해가 65건(56.52%)로 가장 많았고, 경미한 체벌에 대한 담임교체 요구 및 과도한 폭언 등의 피해가 각각 29건(25.22%)으로 그 뒤를 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의 경우 지난 2010년(47건)에 비해 65건으로 38.3%나 급증했다.

학교폭력에 자살사고까지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등 학교폭력이 전 사회적인 문제가 된 상황에서 교사들의 고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사 D씨는 올해 지방 모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다.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폭력이 발생했다. 같은 반 아이가 몸짓이 왜소한 아이의 체육복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학급 뒤로 끌고 가 구타를 해 이가 부러졌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이가 부러진 아이의 부모는 급기야 학교로 쳐들어왔다. 흥분한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힌 D교사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수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거기에 교감과 교장은 학급 관리를 못했다고 야단을 쳤다. 

며칠 뒤 폭력을 휘두른 학생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강제전학을 보내려면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내용을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에 보고할 경우 관리자 진급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학교가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한 학교는 강제전학 대신 등교정지 5일을 내리고 자진전학을 권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진전학에 응하지 않자 폭행을 당한 아이측의 학부모는 또다시 항의했다. D교사는 다시 한번 머리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한달이 지나자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같은 반 아이와 이성친구 문제로 싸우던 한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게 된 것이다. 

D교사는 아이와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주말도 포기하고 상담했다. 하지만 아이는 상담을 한 다음날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가출을 했다. 아이의 집은 쑥대밭이 됐고 D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 

난생 처음 가본 경찰서에서 형사는 "아이가 이렇게 될때까지 도대체 뭐했나? 죽으면 선생님이 책임질꺼냐?"고 윽박질렀다.  그런데 아이는 결국 친구네 집에서 발견됐고 교사는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D교사는 "다른 교사들은 더이상 학생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며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교사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아무 일도 생기지 말기만을 바라며 시간만 때우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토로했다.

교권 지키기, 제도적 방안 절실

전문가들은 교권 붕괴와 학교폭력 등으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총의 한 관계자는 "교권 침해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에 교권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증가하는 것은 교실붕괴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학생들의 수업 방해 및 일탈행위에 대해 선량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총의 다른 관계자는 "학교도 작은 사회로서 제도적인 면에서 권리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고 상과벌이 공존해야 함에도 잘 지켜지지 않아 교실위기, 교권붕괴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예절교육 부재 등의 사회적 요인과 핵가족화 등 가정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긍심이 바닥에 떨어진 교사들에게 열정과 전문성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소수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는 문제 발생시 대화와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등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직사회도 전문성 향상과 학생 지도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의 자세를 보여줘야 교권 확립과 스승 공경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며 "교직사회 스스로의 노력 역시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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