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만 해도 1501억 추가 징수 가능'

[파이낸셜투데이=김상범 기자]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무려 1조원이 넘는 거액의 건강보험료 체납금을 고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려는 노력 부족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는 건보공단측은 “체납액을 징수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놨다.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는 건강보험 관리실태와 관련한 감사 결과에 대해 살펴봤다.

지난 25일 감사원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건보료 장기체납자 222만명의 체납금액 1조5558억원에 대한 징수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부당이득금을 환수 노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보료는 원래 6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장기체납자에게도 정상납부자들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급여제한자들에게 1조6603억원(2011년 7월 기준, 진료건수 6924만 4000건)의 부당이익금이 돌아갔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이 사실 역시 고지하지 않아 환수액이 아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감사원은 “일반적으로 급여제한자의 부당이득금 평균징수율이 9%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고지가 이뤄졌다면 약 1501억원의 부당이득금이 추가로 징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측은 “건보공단이 급여제한자에게 진료사실을 통지했을 경우 부당이득금 징수액이 발생, 거액의 ‘기타징수금 미수금’이 계상되고 체납처분 등 사후관리에 행정적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감사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게 미고지된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고지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거기에 건보공단은 건보료 장기체납자 222만명의 체납금액 1조5558억원에 대해서도 징수 고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세대 단위의 월별 건보료 총 체납횟수가 6회 이상인 지역가입자에 대해 건보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건보료를 6회 이상 체납한 장기체납자를 대상으로 보험급여제한통지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10일까지 통지를 받지 못한 인원이 222만1191명, 체납 총액은 1조5558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건보공단이 장기체납자들에게 건보료를 납부하라고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건보공단이 제대로 고지만 했더라도 자진납부기간 체납보험료 징수율 6.6%를 적용했을 때 약 1028억원의 체납보험료가 추가로 징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건보공단이 보험급여제한과 진료사실통지를 비정기적 또는 행정편의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건보료 수입감소로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감사원은 건보공단 이사장에 급여제한 통지를 하지 않은 장기체납자에 대한 급여제한 통지와 징수고지하지 않은 부당이득금에 대한 징수고지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측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건보료 체납자중의 상당수는 생계형 체납자이다. 따라서 연체보험료와 부당이익금 징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 초 부당이익금 징수 관련 내용을 이미 고지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주의 조치 및 장기체납액과 부당이득금 징수 관련 대응 방안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건보공단과 복지부, 그리고 유관 부서들이 해당 내용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면서 “워낙 복잡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당장 답변 하기는 힘들지만 건보공단 내에서 이미 적절한 대응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건강보험료는 매월 납부가 원칙이나 일부 가입자의 경우 납부 능력이 충분함에도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의 경우 연예인을 포함한 고소득층이 체납한 건강보험료가 14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납자 중 1000만원 이상의 고액체납자도 무려 841명에 이른다. 지난해 7월 기준 건강보험료 총 체납액 1조9303억원 중 월 3만원 이하 생계형 체납액이 5096억원인 반면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되는 고소득자 체납은 1459억원에 달했다. 

고소득 체납자의 경우 유형별로는 1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가 841명, 고소득 전문직 체납자가 242명, 전문직 체납자 중 연예인 106명(3억2500만원 체납), 운동선수 69명(1억5300만원 체납), 약사 31명, 의사 30명 순이었다. 

또 최근 5년간 장기체납자 결손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체납세대 대비 평균 4.2%, 체납액 대비 1.48%가 결손처분된 반면 직장가입자는 체납건수 대비 평균 19.5%, 체납액 대비 8.97%가 결손처분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제48조 제3항, 제4항)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할 경우, 체납보험료를 전액 납부할 때까지 보험급여 혜택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6회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가입자에 대하여 '건강보험료 체납자 급여제한 통지서' 를 발송하게 돼있다. 

해당 통지서를 받는 가입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계속해서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가입자들의 공동재산인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또한 급여제한 통지를 받고 진료를 받았을 경우라도 일단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은 후 공단에서 체납 진료사실이 있음을 공단이 통지한 날로부터 2월이 경과한 날이 속하는 달의 납부기한 내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하는 경우에는 통지한 진료 건에 대하여 진료 당시로 소급하여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건강보험사업의 핵심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이행되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이 누수 되는 등 심각한 운용의 문제가 드러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는 건강보험사업의 관장을 맡은 보건복지부, 보험자인 건보공단과 심사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견제와 균형 및 조정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데 이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각 기관 간의 권한과 의무는 분리돼 있지만 유관기관으로서 긴밀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요양급여비용 부당 청구 등 건보재정의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료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급여비용(96.8%)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서비스 이용 증대, 수가 현실화 등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누수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부, 심평원, 공단 이들 각 세 기관 간의 권한과 의무는 분리돼 있다. 요양급여비용 청구에서 지급 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업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 기관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원활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 등에서 부당이득금 징수의 권한은 보험공단이, 업무·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의 권한은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하도록 돼 있어 각 기관이 고유업무를 수행하면서 생산한 관련 자료를 유관기관에 통보하지 않을 경우 관리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2000년 직장, 지역,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을 통합하면서 심사기관을 보험자인 공단과 분리시킨 형태로 심평원이 설립된 이래 양 기관 간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사업주체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조도 미흡했으며 이를 조정하고 관리 및 감독해야 할 복지부도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해 유관기관 간 협조 미흡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국민세금을 3대 기관이 제대로 협지 않아서 생기는 누수 금액과 건보 재정 악화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3대 기관의 업무 협조와 건보 재정 악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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