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 빠진 민자 역사..'나몰라라?'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지난 2월 취임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민자역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만하고 주먹구구식 부실 계획 탓에 민자역사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 취임한 정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코레일이 투자·운영까지 하는 12개의 민자역사 중 절반이 자본잠식 상태다. 건설이 중단된 민자역사가 2개, 소송·고발 중인 민자역사만 2개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 분양 계약을 한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노량진 역사와 창동 역사 경우 코레일을 상대로 한 소송과 시공사간의 줄달리기가 계속 되고 있다. 이에 코레일은 “시행사와 코레일은 별개”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간부급 퇴직자들은 코레일의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취직하는 등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가 민자역사 사업을 살펴봤다.

“코레일과 효성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준공 한다는 말을 믿고 계약금 납부를 성실히 했다”며 “연체이자까지 물면서 거의 완납을 다 했는데, 이제 와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설사 유치권을 행사했다고 해도 그건 시행사와 시공사의 문제이지, 죄 없는 개인 계약자들을 볼모로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민자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해있다. 민자역사 사업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 역사시설을 현대화하는 대신 민자역사 업체에게는 이용객들을 상대로 영업권을 주는 것으로 철도청이 1984년 국유철도재산활용에관한 법률을 근거로 도입됐다.

민자역사는 토지소유자인 코레일이 사업자를 선정하면 사업자는 자체 부담으로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을 갖춘 복합역사를 짓고 난 뒤 역무시설은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영업시설은 30년간 사용한 후 되돌려주는 구조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노량진 민자역사 내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시행사의 부실운영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계약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다산은 3일 분양피해자 66명을 대리해 “불법분양 등으로 피해를 본 6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코레일은 시행사가 저지른 불법사전분양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일부 시행사의 불법행위를 용인했다”며 “위법한 분양계약 체결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코레일의 지분 25%를 출자해 직접 시행사를 설립했고 회사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코레일의 공신력을 믿고 상가를 분양받은 수백명의 분양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간 코레일은 문제가 불거지면 “코레일은 시행사와는 별개”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왔지만, 더 이상 지켜만 보고 배당만 받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들끊고 있다.


사업주관자 선정부터 얼룩
노량진 민자역사 사업은 지난 2002년 12월 최초 공모 선정된 중견기업 진흥기업이 사업주관자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1대 주주인 김모씨로 사업주관자를 변경했다.

하지만 사업주관자 김씨는 착공전 상가 임대분양 금지의무 위반, 자금 조달의무 위반, 분양계약금 횡령 등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으며 노량진민자역사 사업을 중단 위기에 빠뜨리고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창동 민자역사 역시 대우건설, 대덕건설, 효성 등 시공사만 3번이 바뀌었다. 2007년 공사를 시작, 2008년 10월 완공 예정이지만 2012년 4월 현재까지도 5층 골조만 겨우 올린 공정 30% 단계에서 멈춰있다. 또 잦은 시행사 교체 과정에서 불법대출 문제가 가장 많이 불거졌다. 시행사가 분양으로 얻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멋대로 다른 사업에 융통하면서 공사 대금을 내지 못했고 효성은 유치권을 행사 중에 있다.

충남 천안시는 다음 달 초 천안민자역사의 건축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다. 천안민자역사 건립사업의 또 다른 주체인 코레일 역시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천안 민자역사 건립 협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행사와 사업주관사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행사인 천안역사㈜와 사업주관사인 ㈜신한은 “건축허가가 유지돼야만 투자자나 입점 희망자들을 모집할 수 있고, 만약 취소가 되면 이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하소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 투자한 민간역사 50% 자본잠식
코레일이 민자역사에 투자한 619억(총 18개) 가운데 약 60% 가량인 362억(10개)이 부실투자됐다. 지난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민영화가 추진된 18개 가운데 10개에서 약 363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이 투자·운영까지 하는 민자역사 12개 중 절반인 6개 민자역사에서는 부채가 자본을 앞서 330억원의 자본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이 6개의 자본잠식역사에 가지고 있는 지분은 적게는 10%, 많게는 29%였다.

자본잠식된 역사는 동인천역사, 부평역사, 신촌역사, 현대아이파크몰(용산), 비트플렉스(왕십리), 평택역사 등이다.

건설 중인 창동민자역사와 노량진민자역사는 소송에 휘말려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성북역사는 1996년도에 회사를 설립해 현재까지 건축허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안산중앙역사는 대표이사의 배임행위의혹으로 코레일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해 공사는 수사결론 후 재추진될 방침이다.

코레일이 수백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보고 있는 곳은 코레일이 민자역사 유치에만 급급해 나머지 주관사 선정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강기정 의원은 “코레일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수분양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빌미를 제공한 코레일이 민자역사 정상화를 위해 사장이 직접 나서야한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구미역사 14년째 미준공…네 탓 공방
임차인의 소송과 지원금 정산문제로 준공이 된 민자역사가 무허가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26일 구미시는 정창영 코레일 사장과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5월 3일 오전 11시 구미시 의회로 출석해달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북도민체전의 관문인 구미역사가 14년째 미준공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데다 3년째 무허가로 불법사용 중인 상황이 개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완공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전달했으나 후속조치가 없어 대표이사에게 직접 답변을 듣기 위해서였다.

구미시는 경북도민체전을 앞두고 미관과 사고위험 등을 이유로 구미역사 뒤편의 주차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코레일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지저분한 펜스와 흙더미를 치우는 등 임시로 뒷정리를 마쳤다.

구미역사는 현재 운영이 되고 있지만 준공 허가를 받지 않아 법적으로는 무허가 건물이다. 코레일은 후면 주차장을 제외한 역사 공사를 마친 후 건물 준공을 받지 않은 채 2006년 9월부터 3년 3개월 동안 임시사용승인만 여섯 차례 받아 역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구미시는 2009년 12월 7번째 임시사용승인은 코레일 측이 교통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주지 않았다. 결국 구미역사는 2010년 1월부터 3년째 무허가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 사장과 김 이사장은 끝내 불참했다. 대신 코레일 관계자는 “준공 신청을 못하는 이유는 후면주차장 건설이 임차인과의 소송과 지원금 정산문제 때문에 늦어지기 때문”이라면서 “S사와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마무리 공사를 벌여 사용승인을 받겠다”고 해명했다.

구미시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5월 중 건축물 사용승인 신청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3억44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민자역사 비리로 인해 일각에서는 ‘빌미’를 제공한 코레일이 보다 명확한 사업 요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민자역사는 토지소유자 코레일이 사업자를 선정하면 사업자가 먼저 역사를 신축해 코레일에 제공하고 기타 상업시설을 30년간 사용하는 구조다.

30년 후 사업자는 해당 상업시설을 다시 기부채납해야 한다. 사업이 시작되거나 운영수익이 발생하기도 전부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연간 수익이 지분에 따라 배당되는 것 이외에 매년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점용료도 별도로 철도시설공단에 지불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 사업자는 지자체에도 도로, 공원을 짓는 등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그만큼 사업자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레일은 그동안 이런 부담을 이겨낼 만한 우량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레일측에서도 일정정도의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개인, 법인까지 사업자가 선정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민자역사는 민간자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사업자 선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자 선정의 객관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부지만 제공하고 배당을 받는 구조 보다는 명확한 자격요건을 세우고 사업자를 선정, 비리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 1급 이상 간부 퇴직자 100% 취업
상황이 이런데도 코레일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을 퇴직한 간부급 직원들이 퇴직 후 코레일의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모두 취직,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부정부패의 온상인 민자역사에 전문성 있는 인력을 고용해 자회사·출자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신 ‘전관예우’를 택한 것.

2008년 이후 철도공사퇴직자 46명 중 82.6%인 38명이 임원으로 재취업, 최고 1억5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국토해양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의수(영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급 이상 퇴직자 45명 중 8명은 코레일로지스, 코레일테크 등 코레일 자회사에 이사로 재취업했으며 나머지 37명은 롯데역사, 한화역사, 부평역사 등 코레일이 출자한 민자역사에 감사·이사 등으로 재취업해 재취업률은 100.0%로 조사됐다”고 꼬집었다.

당시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올 7월 현재 코레일을 퇴직한 1급 이상 간부들이 모두 코레일의 자회사·출자회사 등에 전원 재취업한 것은 코레일 재직 당시의 전문성을 살려 회사를 성장시키기 보다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코레일과 민자역사 운영 업체와 체결하는 사업추진협약을 보면 임원 중 최소 이사(부사장 이상) 1인과 감사 1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도청장이 추대한 자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코레일의 민자역사 추천 임원현황을 보면 28명 추천 중 25명이 철도공사 퇴직 직원이며 거의 대부분 공사 퇴임 후 3달 이내에 민자역사의 감사나 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떤 역사의 경우 코레일을 퇴임한 날 바로 민자역사에 취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코레일에서 퇴임한 임직원들은 민자역사의 부실, 비리에 이어 소송까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도 2년여의 임기 동안 역사 업체로부터 6500만원에서 1억5600만원의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기준 부평역사의 당기순손실액이 6억원, 용산역사의 경우 238억원, 평택역사가 167억원의 적자냈는데도 임직원들은 자기 배만 채운 격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코레일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코레일측에서는 "당장 답변이 가능한 내용이 아니다. 실무부서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에 시간이 걸린다"며 답변을 끝내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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