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영업이익 큰 계열사 아니니 ‘나 몰라라?’


[파이낸셜투데이=조경희 기자]생활용품 기업으로, 존경받는 최초의 여성 CEO를 배출해낸 것으로 유명한 애경그룹이 내부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장영신 회장 이하 특수관계인의 지분으로만 구성된 계열사에 내부 거래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100% 오너 일가의 지분으로만 구성된 애경유지공업의 경우 7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것이다. 애경유지공업의 매출 중 87%가 계열사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AK에셋, 에이텍 등 다른 계열사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에 <파이낸셜투데이>에서 애경그룹의 내부거래 전모를 파헤쳤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가족중심의 지배 구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아시아지역의 특성상 이러한 특수관계 거래는 지배구조 일가의 사익 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내부거래 관행 근절을 위해 최근 세제개편안까지 손을 보며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다.

정부까지 나서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단호히 대체하는 것은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가 상속·증여세를 피하면서도 회사의 안정된 지분을 상속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산규모 3조의 애경그룹 또한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되고 있다. 애경그룹은 국내 대표적인 생활용품 전문업체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지금은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장영신 회장은 성공신화를 창조한 국내 최초 여성 대기업 총수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장 회장은 애경유지 창업주였던 남편 채몽인 사장이 지난 70년 돌연 타계하자 36세의 평범한 주부가 기업경영에 나섰다. 그 주인공은 국내 최고의 여성경영인으로 주저 없이 불리는 장영신 현 애경그룹 회장. 장 회장은 당시 자본금 16억원, 매출액 49억원으로 회사를 35년 만에 계열사 18개, 매출 1조8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신화를 창조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신화의 뒤에는 그룹 계열사 간 밀어주기식 내부거래가 곳곳에 숨어있어 생활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

계열사 지분, 장영신 회장 포함 특수관계인 100% 보유
계열사 중 일부는 회사 매출의 100% 전부 내부거래만으로 이루어 진 곳도 있다. 특히 이 계열사들의 지분은 장영신 회장을 포함한 가족과 특수관계인들이 100% 보유하고 있다 점도 눈에 띤다.

애경은 1966년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인 트리오를 시작으로 현재는 AK플라자, 애경산업, 애경화학, 제주항공 등 유통&#903;부동산개발, 생활, 화학, 해외사업, 항공분야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국민세제’ 트리오, 스파크, 순샘, 크리오, 2080치약 등 익숙한 생활 소비재를 통해 국민과 친숙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친숙한 이미지 이면에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가 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거래는 계열회사 간 호혜적인 행동을 취해 다른 기업과의 공정 경쟁을 저해시켜 반경쟁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 최근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혹의 중심에 놓인 애경그룹 계열사는 애경유지공업, 애경피앤티, 에이텍, AK에셋, 애경개발 등이며 내부거래 규모는 ▲에이텍(80%) ▲애경유지공업(87%) ▲애경피앤티(92%) 수준이다.

특히 AK에셋의 경우 100% 내부거래를 통해 실적이 발생됐다. 낮은 곳은 80%, 높은 곳은 100% 전부를 계열사에서 밀어준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계열사의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다. 최근 실적기준으로 애경유지공업의 경우 약 700억원, 에이텍이 약 400억원, 애경피앤티는 약 250억원 규모다.

내부거래를 통한 의혹의 또 다른 논점은 장영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이 이들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경유지공업의 경우 ▲채형석(29.98%) ▲채동석(20.01%) ▲채승석(19.95%) ▲채은정(15.05%) ▲장영신(15.01%)의 지분 구조로 장영신 회장과 자녀들 즉, 오너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다.

에이텍과 AK에셋도 마찬가지다. 오너일가와 회사 대표등 특수관계인들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애경피앤티와 애경개발(주)도 계열사인 에이텍과 애경유지공업이 각각의 회사 참여 지분을 일부 가지고 있을 뿐 이를 제외한 모든 지분은 장영신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애경피앤티의 경우 ▲채형석(40%) ▲안용찬(10%) 등 50%를 보유 중이다. 안용찬은 장영신 회장의 장녀인 장은정씨의 남편이다.

에이텍은 ▲채형석(28.66%) ▲채동석(17.91%) ▲채승석(3.32%) ▲장영신(0.11%) 등 50%를 일가가 가지고 있다. 또 에이케이에셋은 ▲채형석(53.90%) ▲채동석(21.32%) ▲채은정 (11.62%) ▲채승석(8.40%) ▲장영신(4.76%) 등 100%가 일가 지분이다.

타 기업 오너와 비교 시 3배 더 많아
2010년 말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0%미만 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 12%선이었고 50%이상인 경우는 34.6%, 오너일가가 지분율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37.89%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애경그룹의 경우 계열사 지분 100%을 보유하고 있는 타 기업 오너일가와 비교해도 무려 3배나 높은 내부거래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계열사 지분을 오너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을 경우 회사 매출을 통해 배당되는 이익금 전부가 오너일가에게 집중적으로 배당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애경그룹 계열사 간 내부가래가 최근처럼 80~100% 규모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향후 회사 매출을 통한 배당금이 고스란히 오너일가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너의 곳간을 그룹 내에서 집중적으로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대규모 기업이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할 경우 과세를 적용하는 법을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다. 정당한 경쟁체제를 통해 노력만 한다면 전도유망한 중소기업들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안에는 증여세에서 어떤 기업이든 변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에 차단하고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단초를 자르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돼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성립이 되려면 주주의 이익에 반해서 오너 일가가 반사회적인 행동을 벌여야 하는 데 애경그룹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애경은 상장회사가 아니며, 몰아주기 이든 아니든 소액주주들이 받는 피해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계열사로 포함된 에이텍, AK에셋 등은 실은 자회사 개념이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애경그룹은 공정위 규제대상 대기업 군은 아니지만 2010년 기준으로 총 매출액이 3조9000억원인 중견 그룹이다.

국내에서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세 가지 경우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간의 거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장 회사에 대한 규제(상법 제 542조의 9), 외부감사를 받는 모든 기업(자산규모 100억원 이상)에게 적용되는 경우다.

애경그룹은 자산규모가 3조에 해당돼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상법에 근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일정한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라면, 사외이사가 있어도 오너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크다. 내부거래량이 많거나 적거나를 떠나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끊임없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애경그룹의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알고 보니 AK에셋도 ‘곳간’‥작년 8월 AK켐텍 인수
애경그룹의 내부거래 의혹이 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애경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AK에셋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구설수에 오른 AK에셋은 2008년 12월 24일 설립된 회사로 현재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산28-1번지외 163필지를 현물 출자해 부동산 임대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서 많은 이용객들이 찾는 골프장(중부컨트리클럽)이 들어서 성황 중이며, 해당 토지는 같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개발이 임대해 관리, 운영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애경유화는 AK에셋을 설립한 직후인 2008년 12월 26일 ‘신규 법인설립에 따른 계열회사 추가’를 내용으로 코스피 공시를 통해 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때 금감원에 신고된 AK에셋의 자산 총액 규모는 970억3800만여 원. 모든 지분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4.76%)을 비롯해 장남이자 그룹총괄 부회장인 채형석 부회장(53.90%)과 차남인 채동석 부회장(21.32%), 장년인 채은정(11.62%), 3남인 채승석(8.40%) 등 오너일가가 100% 보유했다.

이어 2011년 8월 애경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AK켐텍이 AK에셋을 인수한 것. AK켐텍은 2011년 12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를 통해 AK에셋을 994억6400만여 원에 신규 취득한 것으로 신고했다.

<파이낸셜투데이>에서는 AK에셋의 실존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의 주소지를 찾았다. 도착한 곳은 중부CC 골프장 내부다. 현장에서 이곳을 임대해 골프장 운영을 맡고 있는 애경개발 사무실외에 AK에셋 직원이나 업무를 보는 장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에서 만난 골프장 한 관계자는 “AK에셋은 중부CC 땅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며 “골프장 관리와 운영을 애경개발이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AK에셋 직원은 이곳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K에셋은 골프장 부지를 애경개발에 임대해주는 조건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해마다 39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지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등록된 주소지에 별도의 건물이나 사무실이 없는 상황에서 매출을 발생시킨 셈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AK에셋이 부지 임대만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면, 페이퍼컴퍼니 일 가능성도 있다”며 “그간의 임대수익이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주머니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즉 AK켐텍이 인수하기 전까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오너일가가 해마다 AK에셋이라는 회사를 통해 영업 중인 골프장 땅을 애경개발에 임대해 주고 여기서 발생되는 임대수익을 배당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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