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알짜 계열사 ‘웅진코웨이’ 매각 전모

[파이낸셜투데이 조경희 기자] 지난 1980년 3월 세워진 헤임인터내셔널로 시작해 (주)웅진출판에서 매출 6조원 규모의 중견그룹으로 일구며 성공신화를 달려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룹 내 최대 주력사인 웅진코웨이의 매각을 지난 2월 결정하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이 표면적인 매각 사유는 태양광 등 신사업 중심으로 한 그룹 사업구조 재편이라고 밝혔지만 이 말을 수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계에서는 ‘윤 회장의 왕성한 식욕이 부른 화’로 보고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다 탈이 났다는 것이다.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윤 회장의 선택을 <파이낸셜투데이>가 되짚어봤다.

지난 2월 6일 웅진그룹은 ‘웅진그룹, 미래를 위한 사업구조 혁신안’을 발표했다. 녹색성장을 위한 태양광 에너지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재무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발표는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웅진코웨이는 웅진그룹에 있어 지주회사격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알짜’라는 점에서 웅진그룹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 보다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액 1조7000억원, 영업이익율이 14%에 달한다. 아울러 외환위기 당시 ‘빌려 쓰는 정수기’의 아이디어를 포착, 랜탈 정수기 시대를 열면서 국내에서는 56.9%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다.

또 세계 최초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코디-렌탈 시스템을 기반으로 약 1만6000여 명에 이르는 코디-방문판매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디자인과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현재 렌탈 고객 수 330만명, 렌탈 제품 수가 545만개에 달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이러한 제품 경쟁력과 서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환경 가전제품의 끊임없는 확장성을 내세우며, 축적된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됐다. 웅진코웨이는 최근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 점유율 1위, 말레이시아 렌탈 고객 급증 등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사업성과를 보이는 등 해외수출 및 해외 렌탈 사업도 본 궤도에 오르고 있어 향후에도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때문에 웅진그룹이 이러한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의 매각 의사를 밝혔을 때, 재계에서는 충격 그 자체 였다. 그러나 윤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매각 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웅진홀딩스의 재무 건전성 악화 때문이다.

웅진홀딩스의 부채 비율은 2010년 12월 31일 기준 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000억원대로 뛰었다. 2010년 초 1조9000억원대의 매출이 1년 새 4000억원대가 불어난 셈이다.
웅진코웨이의 시가총액이 3조700억원대를 웃돌고 있으며 매각가는 1조2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그룹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것이다.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 ‘치명적 애물단지 돼버려’

웅진홀딩스가 이 같은 위기에 처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무리한 극동건설 인수로 인한 승자의 저주였다는 것이다.

극동건설 인수는 인수 당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2007년 6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당시 웅진홀딩스는 극동건설 인수자금 7000억원을 전부 외부에서 끌어들여왔다. 극동건설 인수를 통해 건설, 에너지, 태양광의 삼각 트라이앵글 구조를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건설·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경기 침체를 겪으며 단기 차입금과 미분양,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 문제가 드러나게 됐다.

2010년 초 6747억원이던 부채는 2010년 말 8248억원까지 증가했고, 2011년 말에는 1조44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극동건설의 자본은 2010년 말 기준 3657억원에서 2011년 말 2786억원까지 떨어지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다.

신용등급까지 떨어진 극동건설은 시장에 내놔봐야 ‘매각’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웅진그룹이 결국 극동건설 대신 웅진코웨이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웅진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해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손에 쥐고 극동건설을 보다 안정적으로 육성할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 인수 당시 끌어다 쓴 부채를 대폭 축소,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짜기업 ‘웅진코웨이’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웅진그룹이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2월 매각 의사를 밝히고 3월 인수의향서를 발송했지만, 시장은 조용한 편. 웅진그룹 관계자는 “물론 당초 계획 보다는 매각 시기가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늦어도 6월 말까지는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신성장 동력 태양광 사업, 너도나도 ‘포기 상태’

웅진은 태양광에너지 사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고히 하고 글로벌 톱3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독보적 품질 및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및 선진 업체와의 기술 교류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사인 미국 썬파워와 썬파워의 대주주인 프랑스 토탈그룹과 교류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도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악재로 꼽히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주력인 ‘폴리실리콘’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데다 삼성, 한화 등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태양광 사업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들도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상계관세 위협에 대한 반대급부로 국내 태양광 사업 실적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태양광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기엔 이르다. 웅진의 태양광 투자가 당장 실적으로 거두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2월, 매각을 위한 대표 재무 자문사로 골드만삭스증권을 선정했다. 웅진그룹측은 골드만삭스증권 선정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 트렉레코드와 모객 능력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중지가 모아진 결과다.

그러나 1조원 이상에서 매각 대금이 결정될 웅진코웨이, M&A시장에선 상당히 비관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랜탈정수기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됐고 웅진코웨이를 살 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굵직한 M&A 등이 진행되면서, 웅진코웨이를 살만한 기업들의 자금이 여의치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출자총액제도 부활 등으로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강화되는 시기여서, 쉽게 인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그간 성공 신화의 주역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까와 태양광 사업 카드가 과연 성공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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