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 이한듬 기자] 유한양행의 주주총회에서 한때 주주들이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빚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89기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주주가 회사의 저조한 실적에 반발해 고성이 오가는 등 한때 소란을 빚었다.

당초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도 무난히 통과되는 등 별 탈 없이 진행되던 주총에 문제가 생긴 것은 유일한 박사의 조카 유승흠(67)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으면서부터다.

유 이사장은 유한양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6%로 절반가까이 줄어든 것에 대해 “최근 주주들로부터 회사 성과에 문제가 있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 증권가에 물어보니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의 투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경영 성과를 갖고 유한양행을 평가하려 한다”면서 “부실성과에 대해 책임지는 경영진이 없는 점에 대해 주주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를 원칙으로했던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기업관에 따라 지금껏 평사원 출신의 전문경영인(CEO)이 회사를 운영해오고 있으나, 수세적인 경영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 이사장의 날선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20여 년간 사실상 ‘회장’ 역할을 해온 연만희(82) 고문의 퇴임까지 요구했고, 이에 주총장에 앉아있던 연 고문은 “잘난 척하지 마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사회자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주총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와 관련, 주총에서 벌어진 사건이 모두 사실이었는지에 대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은 알고 있으나,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유 이사장이 연 고문의 퇴임을 요구한 배경이나 평소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지 등에 관해서도 “모른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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