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기술 노리려다 충돌..SB리모티브 청산 시간문제

[파이낸셜투데이 황동진 기자] 삼성SDI와 독일의 자동차부품회사인 보쉬가 2년 6개월간의 결혼 생활 끝에 결국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2차전지 제조사 SB리모티브를 합작하여 업계 관심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업계 안팎에서 이들이 SB리모티브의 청산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진위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다.   

일단 청산설에 대해 삼성SDI는 강한 부정은 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삼성SDI는 공시를 통해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며 청산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19일(현지시간) SB리모티브가 해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 독일판에 따르면 보쉬 대변인도 "삼성과 파트너로서 계속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합작 회사의 해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SB리모티브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왜 이들은 결별하려 하는 것일까.  

지난 2008년 9월 출범한 SB리모티브는 삼성SDI와 보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2차전지 기업이다. 삼성SDI 측이 셀 연구개발 및 양산을 담당하고 독일 보쉬 측이 배터리시스템 및 영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현재 삼성SDI는 2차전지시장 1위 업체이고 보쉬는 자동차부품 업계 1위 기업이라 양사의 합작 사업은 시너지효과가 크다.

하지만 업계에 삼성SDI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보쉬가 가진 자동차 부품기술을 공유하기 원했고, 보쉬는 삼성의 배터리 제조기술을 노리면서 충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쉬가 자국 내에 2차전지 셀 라인을 유치해 삼성SDI의 코팅·생산 기술을 확보하려 했지만 삼성SDI는 독일 현지에 팩 생산 라인만 구축하도록 맞서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보쉬는 지난해 바스프와 함께 2차전지 셀 사업을 추진했고 오는 2015년까지 연간 20만셀 이상의 2차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로 하면서 해체설이 불거진 것이다.

업계는 SB리모티브의 해체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양사가 결별하게 되면 삼성SDI가 보쉬의 지분을 인수한 뒤 IT에서 전기차·ESS용 2차전지를 아우르는 종합 배터리 업체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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