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이 중국과 유럽을 정조준하면서 잠시나마 휴전 기미를 보이던 미국발 무역전쟁이 ‘빅3’ 구도로 확산하게 됐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이들 3강(强)이 일제히 공격과 응수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타격을 받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최근까지 무역 협상을 지속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3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이 전했다.

백악관은 29일 500억 달러(5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공 드라이브를 천명했으며, 곧이어 유럽으로도 활시위를 겨눴다.

WSJ는 미국이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을 상대로 예고했던 고율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올 3월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 부과를 예고한 뒤 유럽에 대해선 6월 1일까지 적용을 유예했으나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중국과 유럽을 동시에 겨냥했다.

최전방에 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금요일(1일) 중국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번 주말로 예정된 미중 무역 협상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로스 장관은 같은 날 유럽을 상대로도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무역 포럼에 참석해 1일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유럽연합(EU)이 앞서 25일부터 도입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이 미국 기업에 피해를 주는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될 것이라 주장하면서 문제 삼고 나섰다.

중국과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WSJ는 복수의 중국 관료를 인용해 중국은 미국의 무역 공세에 맞서 유럽, 아시아 등의 다른 나라와 손잡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외국 기업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문호를 확대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의회에 참석해 “무(無) 관세 등 긍정적 안건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런 희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기세를 꺾지 않으면서 일부에서는 미국으로도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EU 주재 미 상공회의소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이 무역 갈등의 위험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럽 양측에 일자리, 경제성장, 보안 등에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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