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떨어뜨리는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를 적극 시정조치 하기 위해 기술유용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3배에서 10배 이내로 인상하는 방안도 곧 현실화 된다.

또 앞으로는 지식재산권 등록 이전의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경우 정부기관이 직접 조사와 시정권고를 하게 된다. 거래관계에서의 아이디어 탈취 행위 금지를 포함하는 개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개정 부경법)이 17일 공포를 거쳐 7월 18일부터 시행된다.

개정 부경법은 타인의 아이디어를 탈취해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사업제안, 거래상담, 입찰, 공모전과 같은 거래관계에서 제공받은 아이디어를 그 제공 목적에 반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추가했다.
이렇게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해 초 강경책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등 갖가지 의혹에 얽혀 있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희토류 관련 유망 벤처기업 기술을 강탈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허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체 기술력 위주의 승부를 넘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인수합병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 묘한 여운이 남는다.

2017년 7월 19일 과거 일진그룹 계열사의 주주이자 벤처기업 김유철 비즈맥 전 대표는 “허 회장과 일진그룹의 갑질로 수천억 원 가치가 있는 기술과 회사를 강탈당했다”며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비롯한 일진그룹 관계자 2명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일진그룹이 허 회장의 차남 허재명 대표가 있는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자사의 생산설비와 영업노하우를 통째로 빼앗았다는 주장이다.

희토류는 첨단제품의 고효율 부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귀 금속류다. 김 전 대표는 프랑스 롱프랑 등 글로벌 희토류 기업에서 35년 근무한 희토류 전문가로 관련 기술을 통해 비즈맥을 설립했다.

비즈맥은 이후 인도의 국영회사며 희토류 원광업체인 인디아레어얼스(IREL)와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대량 판매가 예상돼 생산 능력을 크게 확장해야 했고 투자 파트너를 찾던 중 일진그룹을 소개 받았다.

일진그룹은 허 회장의 직접 지시로 7개월의 실사를 거쳐 2014년 9월 비즈맥에 투자하기로 했고 김 대표는 모든 기술‧생산라인을 일진그룹에 제공키로 합의했다

일진그룹의 제안으로 김 전 대표는 2014년 일진그룹과 합작해 일진IRM을 설립했다. 당시 일진이 51%, 김 전 대표가 49%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은 일진그룹이 행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진IRM이 비즈맥에 20억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김 전 대표의 49% 지분에 질권이 설정됐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은 2015년 7월, 김 전 대표는 일진그룹으로부터 대표 해임 통보를 받았다. 김 대표는 해임 당한 뒤 허 회장에게 영업 정상화와 인도 합작사업 성사 등을 약속하고 지분을 제3자에게 넘겨 투자금을 회수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일진그룹은 2015년 9월 이사회 회의록에도 남기지 않고 김 전 대표의 49% 지분이 질권 행사로 처분되고 기계 등 IRM의 자산은 일진머티리얼즈에 사실상 헐값에 넘겼다.

김 대표는 지분이 넘어간 사실도 뒤늦게 알았고, 일진 측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진그룹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김 대표를 쫓아내고 희토류 사업권까지 독점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허 회장의 차남 허재명 대표가 56.3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희토류 관련 기술을 투자명목으로 접근하여, 기존 대표를 물리치고 차남 회사로 몰아준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진그룹 관계자는 “사건이 조사 중이라 별도로 입장이 정리된 게 없다”고 전했다.

일진그룹의 기술탈취 의혹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대리 나찬기 조사1부장)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비즈맥 김유철 전 대표를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한편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원로 박찬종 변호사가 도를 넘은 대기업의 갑질 등 적폐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김 전 대표의 무료 변론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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