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앞으로는 ‘정도경영’을 내세우며 그룹 이미지를 착한 경영의 대명사처럼 인식시키고, 뒤로는 편법·비정규직 양성·탈세·노조와해 등 온갖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LG전자서비스의 불법도급 운영 의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간 불공정거래 의혹, LG전자의 하도급 갑질 등이 불거진 가운데 구본무 회장 등 사주 일가의 100억 원대 양도소득세 탈루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그룹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LG그룹이 다른 재벌기업들에 비해 오너리스크가 없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실망도 큰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 만나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 희생 위에 지배 주주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나아가 편법 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라면서 “공정 경제와 혁신 성장 모두를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하현회 LG 부회장도 참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탈세혐의로 LG그룹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그룹 승계 의혹이 있는 종합물류회사인 판토스가 도마에 올랐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개인 최대주주인데다 계열사 매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LG상사 자회사인 물류업체 판토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LG상사는 지난해 지주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 과정에서 사주 일가의 양도세 탈루 정황이 포착됐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판토스에 대한 그룹사 일감몰아주기에 이어서 하도급 직원을 대거 양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수탁사지부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LG유플러스가 수탁사 업무개선을 이유로 창고직 업무는 판토스로 넘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고직 업무를 그룹 계열사인 판토스에 이관하면서 노동자들을 판토스로의 직고용이 아닌 재하청 외주업체 소속으로 전환할 것을 강요받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룹 계열사인 판토스에 창고 업무를 이관하는 것은 일감몰아주기와 다름이 없다며 이는 그룹 오너 4세가 지분을 보유한 판토스에 회사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판토스로의 업무 이관이 일감몰아주기로 판단될 경우 공정위의 개입 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그룹 오너 4세가 판토스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내부거래라는 의심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판토스는 정규직 대비 하도급 비중이 87.2%이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물량 대부분을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하도급으로 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 기업들 대부분은 지입이나 하청근로자 등 외주 인력이 소화하는 구조이다.

비 상장기업인 판토스는 LG그룹 승계 핵심 계열사면서 그룹사 일감을 기반으로 실적을 쌓는 곳이다. 판토스는 해운 및 항공화물운송주선업, 항공화물운송대리점업 등 운송업을 하는 회사로 지난해 LG전자 1조4996억원, LG디스플레이 2376억원, LG화학 2376억원 등의 내부거래로 매출을 올렸다. 개별기준 판토스의 지난해 특수관계자거래(내부거래) 비중은 70.1%에 달했다.

판토스가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캐시 카우’로 불리는 것은 지난해 LG그룹사와 내부거래가 2조1234억 원으로 전년대비 307% 수준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도 2조1887억원에서 2조9976억원으로 36.9% 증가했다.

판토스 지분은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고, 구광모 상무 외 오너 4세들이 지분 19.9%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구 상무의 지분은 7.5%, 구 상무의 형제인 연경 씨가 4.0%, 연수 씨는 3.5%를 가지고 있다. 또 구본준 부회장의 자녀인 구형모 상무 2.5%, 연제 씨도 2.4%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을 합치면 19.90%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기준선(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을 간신히 빗겨나간 상황이다. 다시 말해 0.1% 차이로 판토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꼼수로 비쳐지는 이유다.

LG 관계자는 판토스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어긋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20%를 넘지 않아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되풀이했다. 본지는 추가적인 회사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에 걸쳐 통화를 시도했으나 LG 관계자는 전화를 회피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판토스는 오너일가 지분이 20%가 넘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사익탈취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일감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만이 아니라 오너 지분과 상관없이 형사법상 배임죄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청원에는 “총수 일가의 조세 포탈 협의, 사무직 노조 설립 와해 등 총수 일가의 부조리 때문에 더 이상 기업 발전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LG 총수 일가 퇴진 촉구에 5000만 국민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라는 청원글도 올라온 상태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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