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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의사가 재확인됐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에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서신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바이오젠은 서신에서 “콜옵션 행사기한인 다음 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므로 대상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오전 바이오젠으로부터 해당 서신을 수령했으나 공시해도 되는지를 바이오젠과 협의하느라 하루 늦게 외부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정확한 날짜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제약회사로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6.4%, 바이오젠이 5.4%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중 약 44.6%를 가져갈 수 있다. 콜옵션 행사기한인 내달 말 기준으로 바이오젠은 주당 5만원씩 투자원금으로 약 4613억원, 그간의 이자금액으로 250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바이오젠이 얼마만큼의 차익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치평가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22조6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을 그대로 인용하면 50%-1주의 가치는 약 11조3000억원으로 볼 수 있으며, 바이오젠이 약 7000억원으로 22조6000억원 기업의 지분 절반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업 가치평가는 각사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50%-1주까지 확보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두 회사는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2%를 갖지 않으면 누구도 이사회 결정권을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간 ‘분식회계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806억원)으로 바꿨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태인데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변경,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 회계기준을 따른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명확해지면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2차 감리위원회 회의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누누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주장해왔던 상황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오젠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른 시일 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보낸 서신을 통해 콜옵션을 내달 29일까지 행사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남아있던 마지막 우려마저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교롭게도 감리위가 열린 날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서신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한 억측이 많아 회사에서 바이오젠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건 사실”이라며 “이미 바이오젠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준비사항 착수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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