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살리기로 하면서 그 ‘위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이란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복귀했던 유럽 주요 회사들이 사업 규모를 속속 축소하거나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핵합의에 서명한 유럽연합(EU) 주요국이 이란과 공조해 핵합의를 유지하고 유럽 기업이 미국의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피하는 방법을 모색한다고 했지만 실현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유업체 토탈(Total)은 미국의 이란 제재의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면 지난해 7월 수주한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 11공구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토탈은 미국 정부의 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지 않는 한 이란과 에너지 분야 거래를 제재하는 11월 4일까지 이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토탈의 투자 계획은 핵합의 이행 뒤 처음 성사된 서방 에너지 기업의 이란 투자였고 규모도 최대였다. 더군다나 미국의 핵합의 탈퇴 발표 뒤 이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토탈의 결정에 이목을 집중하던 터라 이날 발표는 다른 외국 회사들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 사업은 모두 48억 달러(약 5조5천억원)가 투자될 예정이었다. 토탈(50.1%), 중국 CNPC(30%),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 자회사 페트로파르스(19.9%)가 합작 회사를 설립해 추진키로 했었다.

이들 회사는 3년간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제11공구를 탐사·개발하고 20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며, 토탈은 1차로 10억 달러(약1조1천억원)을 투자할 참이었다.

토탈은 “우리는 미국의 2차 제재에 노출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그간 명확히 밝혔다”면서 “2차 제재를 받으면 미국 은행을 통한 달러화 금융이 중단되고 전세계 영업도 어려워지는 데다 미국 주주와 미국 내 사업도 잃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 은행은 우리 금융 부문의 90% 이상에 관여하는 데다 미국 주주의 지분이 30%를 넘고, 미국 내 자산도 사용자본액 기준 100억 달러 이상이다”라면서 미국과 관련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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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은 이란 사업에 투입한 비용이 현재까지 4천만 유로(500억원 상당)가 넘지 않고, 이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최근에 사업 다각화를 이뤘기 때문에 2016∼2022년 연 5%의 생산량 신장목표를 달성하는 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의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의 유조선 부문인 머스크탱커는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부활하는 올해 11월4일까지 이란 내 고객사와 계약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미국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5월8일 이전까지 원유 운송계약은 이행하겠다”면서 “이란산 원유 수송 주문을 더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일 세계 2위 해운사 스위스 MSC도 “MSC의 이란과 관련된 영업이 미국이 정한 일정표(90일 또는 180일 이후 제재)와 맞는 지, 어떻게 영향 받는지 알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MSC가 미국의 제재에 영향 받을 수 있는 특정 화물에 대한 주문을 이미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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