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개발 의지 부족…경쟁력 저하 우려
1조원대 소송 중인 정부 ‘심기불편’

LG전자 G7 씽큐. 사진=LG유플러스

LG전자의 퀄컴 의존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만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칩’ 구입비로 퀄컴에 지불한 것이다.

LG전자는 삼성과 애플 등 경쟁사들과 달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전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와 ‘특허 갑질’을 놓고 소송전을 진행 중인 만큼 정부 입장에선 LG전자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G전자가 올 1분기 퀄컴 AP 매입에 사용한 돈은 총 1320억원이다. 같은기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MC)는 136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1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즉 LG전자가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퀄컴칩을 구입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를 활용하는 MC사업부는 LG전자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칩 형태로 탑재돼 기본적인 연산속도와 그래픽 성능, 네트워크 지원 여부와 전력효율, 입출력 장치의 컨트롤 등 대부분의 부품을 제어한다.

더욱 문제는 LG전자의 경우 자체 AP가 없음은 물론 개발 의지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는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두 차례에 걸쳐 AP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기술력이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에 위탁해 ‘뉴클런’이라는 칩을 만들었지만 보급형 스마트폰 ‘G3 스크린’에 탑재한 게 전부다.

IT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자체 개발 칩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과거 퀄컴 스냅드래곤 810칩이 발열 논란에 휩싸이자 삼성전자는 퀄컴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사 엑시노스 칩을 탑재해 리스크를 극복했다”며 “하지만 LG전자는 신제품 G4를 출시했음에도 스냅드래곤 810칩보다 성능이 낮은 808칩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퀄컴이 ‘특허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과징금 1조원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게 되면서 LG전자는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공정위는 퀄컴이 통신용 칩 공급을 빌미로 삼성,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부당 계약을 강요하는 '갑질'을 했다고 판단, 2016년 12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11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퀄컴은 이에 반발해 지난해 2월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11월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최종 기각됐다. 이제는 과징금 결정 취소 소송만 남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LG전자의 모습이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AP개발 의지까지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AP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쟁력 저하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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